"고장난 냉장고가 스스로 AS 부르는 시대 올 것"
"인터넷의 모든 것이 선(線) 없이 이뤄지는,이른바 E-to-E(everything to everything) 커뮤니케이션이 무선통신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

한인 2세로 무선통신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토머스 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전기전자공학 · 52 · 사진)는 31일 기자와 만나 "고장난 냉장고가 스스로 트위터를 통해 서비스 센터와 접촉하는 메시지를 보낼 날도 머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 하나로 어떤 종류의 데이터든 누구나 쉽고 값싸게 즉각 지구 반대편으로 보낼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011년도 호암상 공학 부문 수상자로 1일 오후 시상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리 교수는 "100년 전 마르코니의 무선전신기를 통해 우체국-우체국 방식으로 시작한 무선통신은 라디오와 TV 방송을 거쳐 지금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시대를 열었다"며 "무선통신 기술이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는 예측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리 교수는 집적회로의 한 종류인 CMOS(상보형금속산화반도체)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무선고주파집적회로(RFIC) 기술을 개발해 실용화함으로써 휴대폰의 대중화를 이끌어낸 공학자다.

그는 "앞으로 10년간 전자기술과 바이오 분야의 융합이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며 "전자의 엔지니어링 기술과 게놈 분석 등 바이오 연구가 결합되면 산업지도는 물론 인류의 삶에도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공계 기피 현상과 관련해선 "과학 및 엔지니어 분야의 해외 고급인력 의존도가 높은 미국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내 경험으로 볼 때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뭔지를 고민해서 그 길을 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