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협 "즉각 시행"..학교측 "이사회서 논의"

학생 4명과 교수 1명의 잇단 자살로 불거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위기사태를 수습할 혁신비상위원회의 의결사항 실행절차를 놓고 교수협의회와 학교측이 맞서고 있다.

30일 KAIST에 따르면 교수협은 31일 낮 12시 창의학습관에서 총회를 연다.

혁신위에서 의결된 사항은 총장이 반드시 수용하고 즉시 실행키로 합의했음에도 서남표 총장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교수협은 1시간 가량 비공개 회의 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수협은 성명에 사퇴 요구 등 극단적인 표현은 최대한 자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 총장은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즉시 실행해 달라는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의 요구에 지난 25일 "이사회에서 전체를 바라보고 학교의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혁신위 도출 개선사항들을 이사회에 보고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경 교수협의회장은 "물론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도 일부 있지만 영어강의, 신입생 디자인과목 등은 이사회 승인없이 서 총장이 독단적으로 시행했는데 이제 와서 이런 사항들까지 이사회에 보고하겠다는 것은 책임회피이자 약속 불이행"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혁신위에는 총장이 추천한 5명의 보직교수가 참여하고 있기에 지금까지 의결된 사항들이 교수협의회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학교측은 이사회 의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논의는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학교 관계자는 "아무리 혁신위 의결사항이라고 하지만 학교 운영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사회의 논의도 거치지 않고 실행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특히 혁신위 구성 등에 합의하면서 서 총장은 아무런 권한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또 혁신위 의결사항들이 대부분 시급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개선사항이 적용되는 시점이 빨라야 다음 학기이고 2학기가 시작되려면 앞으로 3개월 가량 남아있는데 현 시점에 '즉시 실행'을 요구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혁신위에 보직교수 5명이 참여하고 있지만 의결이 과반수(혁신위원은 총 13명)로 이뤄지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또다른 학교 관계자는 "혁신위가 결정했다고 무조건 당장 따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혁신위 활동이 끝난 뒤 의결사항 전체를 놓고 진정으로 KAIST 발전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논의한 뒤 실행해도 늦지 않고 또 그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cob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