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 개발(R&D)에 많은 돈을 투자한다고 큰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

손욱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많은 국내 기업이 지난 10여년 동안 '투자당위론'에 빠져 있었다고 진단했다. '기술 개발 연구는 당연히 하는 것'이라는 생각 아래 체계적 방법론과 목표 설정 없이 '묻지마'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삼성은 다른 기업과 달리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 기술경영(MOT) 방법론을 도입해 R&D 투자를 체계화했다"며 "그 결과 혁신기술에서 앞서 일류 기업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공계의 MBA'로 불리는 MOT가 국내에서도 전문 교육 과정으로 속속 개설되고 있다.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가 작년 말 MOT전문대학원을 열고 지난 3월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KAIST가 2009년 9월 개설한 것을 포함하면 MOT전문대학원 수는 4곳으로 늘었다.

양태용 KAIST MOT전문대학원장은 "즉시 실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기업과 사회가 요구하면서 MOT전문대학원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식경제부도 작년 말 개원한 3곳에 15억원씩 지원키로 하는 등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MOT는 기술을 전략적으로 활용,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고 혁신적 제품을 고안하는 등 공학과 경영학을 접목한 개념이다. MOT전문대학원에서는 정보기술(IT) 바이오메디칼 에너지 등 공학기술은 물론 기업가정신 투자공학 마케팅 등 경영자에게 필요한 소양도 배운다.

정선훈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연구팀장은 "한국의 R&D 투자규모는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위로 더 늘리기 어려운 만큼 MOT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