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1963년에 태어난 720만여명의 한국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베이비부머의 68.5%가 운동을 하고,59.7%가 건강식품을 섭취하며,80.8%가 정기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며 "이 세대가 건강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그렇지만 준비하는 사람에겐 기대여명을 35% 이상 연장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게 노화학자들의 견해다. 노화를 방지하는 세 가지 특효약을 열량섭취 제한(절식),체력강화,숙면 등으로 꼽을 때 이것만 잘 실천해도 노화의 70%가량을 제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70대에 이른 사람 중 허약자로 분류되는 사람은 10%에 불과하지만 100세가 되면 누구나 허약해진다. 노화방지의 목표는 100세가 돼도 병약해지지 않고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만 아프고 돌아가자)를 실현하는 것이다. 중장년 시절에 3년만 좋은 건강습관을 유지해도 심신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난다. 짧게는 3개월만 좋은 건강습관을 실천해도 몸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노화를 늦추고 그 추세를 가역적으로 변화시키려면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사소한 심신의 변화에도 적극 대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노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바르게 이해하며 일관성을 갖고 '유행을 타지 않는' 건강관리 지침을 지켜야 성공 노화를 기대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게 규칙적인 식사와 균형잡힌 식단이다. 정해진 시간에 하루 세 번,연령에 맞는 영양권장량을 섭취한다. 유행하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지식은 늘어가지만 정작 필수영양소 섭취에 대한 관심은 낮다. 50~64세 남성의 경우 하루에 약 2400㎉의 열량이 권장된다. 노년에 결핍되기 쉬운 살코기,계란,생선 등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특히 칼슘)을 신경써서 섭취한다. 자극적인 외식과 인스턴트 식품 섭취를 줄여 화학적 식품첨가물에 대한 노출량을 최소화해야 내장지방이 끼지 않고 신경전달 체계가 정화될 수 있다. 소금과 포화지방 함유 식용유를 덜 쓰는 등 조리법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상 유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늘 신체를 움직여야 한다. 현대인은 신체활동량이 줄어들어 식사 때가 돼도 배가 고프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 적절한 운동으로 식욕을 올리고 몸에 찌꺼기를 없애 신진대사를 촉진해야 한다. 유산소운동은 혈류를 증가시켜 심장이 스트레스에 견디는 힘을 늘린다. 강한 뼈는 나이 들어 낙상으로 인한 부상을 줄이고 보행 등 일상생활을 용이하게 한다. 뼈의 재생을 촉진하는 좋은 방법은 체중을 실어 뼈에 자극을 주는 근력운동을 하는 것이다. 역기,아령,저항성밴드를 이용한 운동이 권장된다. 근육을 불리지 않으면 체중이 더 쉽게 늘어나며 골다공증의 위험이 커진다. 근육을 늘이는 스트레칭은 유연성을 높여 신체부상을 예방하고 피로 유발물질이 빠져나가게 돕는다. 성생활을 운동의 관점에서 보면 남성은 연간 100번의 사정을 목표로 노력해야 한다. 폐경 여성은 섹스를 하지 않으면 질벽이 빠르게 얇아진다. 중년시절부터 섹스 횟수가 적어지면 노년기에는 더욱 어려워지며 삶의 전반적인 활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현대인이 건강식을 챙기고 운동을 해도 골골하는 이유는 뭘까. 복잡한 사회구조와 지나친 경쟁의식,컴퓨터 · 인터넷 같은 테크노스트레스 등이 마음을 편하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평소 외로움 불안 우울 등의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찬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에 걸릴 확률이 2.4배 높아진다. 따라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을 밝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다스리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감정이 다치면 온몸의 혈관과 근육이 조여져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일하는 게 곧 즐거움'이란 말은 장년이나 초로의 노년층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일을 줄이고 시간의 10%를 자신을 위해 온전히 투자할 때 평온한 감정을 얻고 보다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업무를 마칠 수 있다.

은퇴를 앞두고 개인적 만족감과 사회적인 유대감을 유지하기 위한 취미활동을 미리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성공이나 타인의 인정에 최우선을 뒀던 젊은 시절의 자기계발과 다른 차원에서 어린 시절의 꿈이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급적 남과 어울리는 취미를 갖고 적절한 목표의식을 갖는다면 막연하게 혼자 취미활동을 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취미를 사회적 의미와 결합시켜 다른 이를 돕거나 큰 부담 없는 경제활동으로 확대해보면 정신건강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병원을 친구처럼 가까이 해본다. 한국 중장년층은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자녀 등 가족과 함께 가야 남보기에 좋다는 생각에 병원에 자주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노년기에 나타나는 건강 이상 신호는 젊은 시절과 다른 양상을 보여 진단 및 치료 시기가 늦어지기도 한다. 예컨대 젊었을 때는 병이 생긴 부위에 주로 증상이 나타나지만 노년에 이르러서는 증상과 장기 계통의 연관성이 매우 약하다. 다만 노인들은 치료 가능한 이상 소견들을 조금만 개선시켜도 전체적으로 극적인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꼭 값비싼 검사를 받아야만 적절한 의학적 처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뢰할 만한 병원을 통해 주치의를 선정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 점검하고 챙기는 자세가 중요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김창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마이클 로이젠('내몸 젊게 만들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