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 총장은 교육자로서만 안주해선 안 됩니다. 대학에도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기 때문이죠.총장에 출마할 때부터 저는 'CEO 총장'이라고 선언했습니다. "

지난달 18일 취임한 임덕호 한양대 총장(58)은 앞으로 4년간 학교를 이끌어갈 자신의 역할을 '최고경영자(CEO)'로 정의했다. 한양대 설립자인 고 김연준 박사의 장남인 김종량 전 총장이 18년간 '오너십'을 바탕으로 강력한 중앙집권형 체제를 유지했다면,임 총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단과대와 학과별 자율 경영 체제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하겠다는 설명이다.

◆"80개 학과별 자율경영 시스템 도입"

임 총장은 "한양대의 24개 단과대학과 80개 학과가 자율 경영 체제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성과를 내려면 대학 · 학과별 특성에 맞게 수업 방식이나 예산 쓰임새 등에 최대한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임 총장은 "이르면 내년부터 단과대별로 예산을 총액으로 주고 편성은 자유롭게 하도록 할 방침"이라며 "각 학과에서 자체 수익사업을 통해 수입을 늘리면 그만큼 예산을 추가로 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직원 연봉에도 경영 성과를 일정 부분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 총장이 자율 시스템을 도입키로 한 것은 '자율이 최고의 성과를 낸다'는 그의 경제학적 마인드에서 나왔다.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임 총장은 미국 라이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1988년부터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해 왔다.

◆"성과를 내기 위한 경쟁이 중요"

임 총장은 학과별 자율 경영을 달성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경쟁과 책임론을 제시했다. 그는 "자율이 지나치면 방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회계와 직무 감사를 강화할 것"이라며 "책임경영 못지않게 성과를 내는 경쟁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총장은 교육,연구,국제화,발전기금 유치,취업률 등 다섯 가지 항목을 학과 평가 기준으로 삼을 계획이다. 연구 지표는 주요 경쟁 대학의 동일 학과와 비교하고 국제화는 영어강좌 비율,외국인 교수와 학생 유치 실적 등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그는 "발전기금 유치를 평가 항목에 넣은 만큼 각 학과 교수들이 직접 뛰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치한 자금은 학과가 자율적으로 쓰도록 할 방침이다.

◆"외형 경쟁보다는 비용 절감 노력해야"

임 총장은 "지금은 대학들이 내실을 다질 때"라고 말했다. 최근 10여년간 국내 대학들이 재정과 인프라 등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경영 효율화에 문제가 생겼다는 판단이다.

그는 "대학 재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 기업들의 기부금인데 외형을 늘리는 데만 돈을 쓴다면 어떤 기업이 대학에 기부하고 싶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은 물론 학교 스스로 비용을 절감하는 모습을 보여야 기업들이 '기부하고 싶은' 대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양대는 2009년 발표한 '비전 2020'을 통해 4300억원 규모(2010년)의 교비 재정 규모를 2020년까지 1조1000억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임 총장은 "7500억원 정도까지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겠지만 3500억원가량은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며 "4년 임기 동안 외부에서 1500억원을 유치하고 나머지 금액은 경영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맞춤형 인재 양성으로 기업 투자 유치"

임 총장은 "원하는 인재를 적절하게 공급해야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개설한 소프트웨어학과를 사례로 들었다.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는 이 학과는 커리큘럼을 만드는 단계부터 삼성전자와의 협의를 거쳐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게 된다.

강현우/양병훈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