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실세 연루 의혹, 태광실업 표적 조사 '증거 없다'
기획 입출국설도 "본인 판단…여행하고 들어와"

검찰이 15일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함에 따라 숱한 의혹을 낳았던 한씨 관련 수사가 2년 만에 일단락됐다.

그러나 인사청탁 목적의 그림 상납과 주정업체 자문료 수수 등 개인비리만 처벌하고, 현 정권 실세가 연루되거나 대형 게이트의 단초를 제공했던 권력형 의혹들은 한결같이 무혐의 처분돼 결국 '해명성 수사'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일각에서는 '박연차 게이트'의 시발점이 된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 의혹이나 정권 실세를 향한 인사로비 의혹 등은 이후에도 어떤 식으로든 다시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력형 의혹 '입증불가' = 세간의 이목을 가장 많이 끌었던 대목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연루된 의혹이다.

한씨는 청장 시절인 2008년 12월25일 이 의원과 친분이 있는 여당 소속 L, K 의원 및 지역 경제인들과 함께 골프를 치면서 연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11월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면서 갑작스럽게 청장직을 물려받은 한씨가 바뀐 정권에서도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 의원에게 로비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그 연장선에서 한씨가 연임을 위해 역시 이 의원으로 추정되는 정권 실세에게 상납할 자금을 조성하려 했다는 폭로도 있었다.

2007년 말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수감중)을 불러놓고 "정권 실세에게 10억원을 줘야 하는데 그중 3억원을 만들어오면 차장으로 승진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런 의혹에 대해 2008년 한씨가 안 전 국장을 통해 당시 국회부의장이던 이 의원과 접촉을 시도한 정황까지 확인했으나, 결국 이 의원에 대한 서면조사 후 의혹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수사를 종결했다.

이와 함께 한씨가 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가 대표로 있던 기업의 세무조사를 무마하고 연임에 성공했다는 의혹도 나왔으나, 검찰은 세무조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한 전 청장이 관여한 증거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전 청장이 전 정권 실세들을 타깃으로 삼아 태광실업을 표적 세무조사하면서 그 내용을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독대 보고했다는 의혹과 2007년 포스코 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 실소유자가 이 대통령이라는 문건을 보고받고도 은폐했다는 것도 뒷말만 무성히 남긴 채 '증거 불충분'으로 마무리됐다.

◇기획 입ㆍ출국설의 진실은 = 한씨는 2008년 12월과 이듬해 1월 골프 로비와 그림 로비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자 청장직을 사퇴한 뒤 그해 3월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가 떠난 시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진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던 때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세정 총수로서 정권의 치부를 많이 알게 된 한씨가 검찰 수사를 받지 않도록 일부러 출국을 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날 진실이 정권에 가할 타격을 우려해 치밀한 각본에 따라 기획된 도피성 출국이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한씨는 이후 미국 뉴욕주립대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체류하면서 현지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기도 했으나 기획출국설에 대해 끝내 입을 열지 않았고, 검찰과 정치권의 귀국 요청도 계속 거부했다.

그러던 그가 도미 2년 만인 지난 2월 갑작스럽게 귀국하면서 이번에는 기획입국설이 불거졌다.

그가 돌아온 때는 박연차 게이트가 주요 연루 인물들의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실상 일단락된 시점과 교묘하게 맞물렸다.

또 'BBK 의혹'을 폭로했던 에리카 김씨가 미국에서 들어온 시점과도 겹쳐 의혹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기획 입ㆍ출국설 조사는 한씨의 진술 청취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했다.

검찰은 "본인이 도피가 아니라 연구 목적으로 미국에 갔다 한다.

돌아올 때는 스스로 판단해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마지막 한 달은 남미 여행을 하면서 브라질 상파울루를 거쳐 들어왔다고 한다"고 진술 내용을 전했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던 기획 입ㆍ출국설도 예상에 크게 벗어나지 않은 방향으로 결론이 난 셈이 됐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송진원 기자 cielo78@yna.co.kr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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