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의 긴급 임시이사회가 15일 열렸지만 최근 사태와 향후 개혁 방향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명 KAIST 이사장(웅진그룹 태양광에너지사업부문 회장 · 사진)은 "현안 보고만 한 자리였다. KAIST 내부적으로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모은 다음 완성도 높은 개선안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체 이사 16명 중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KAIST 이사회는 최근의 자살 사태와 '징벌적 등록금제' 폐지,영어수업 축소 등 학사운영 개선방안을 학교 측으로부터 보고받았다. 관심사였던 서남표 총장의 거취 문제는 정식 안건은 아니었다.

다만 대부분의 이사들이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서 총장은 적어도 이번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는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 이사장도 이사회 직후 기자들에게 "서 총장의 거취는 이번 사태가 수습된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징벌적 등록금제 등 학사운영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정리된 내용이 없었다"며 "교수와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완성된 내용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이사는 "대부분의 이사들이 경쟁 중심의 현재 체제가 대체적으로 바람직하다는 데는 동의했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이사회 모두 발언에서 "인성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오는 18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교과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 출석할 예정이어서 학내 의견을 수렴한 학사운영 개선방안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이사회가 열린 주 목적은 잇따른 자살 사태에 대한 대책과 대학 개혁방안,학사운영 개선을 위한 학칙 개정안 처리 등이었다. 하지만 최고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아무런 결론을 내지 않은 채 학교 측에 다시 공을 떠넘긴 꼴이 됐다.

이사회가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데 대해 KAIST 내부에서는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KAIST는 이날 오후 '서남표식 개혁' 정책을 검토할 '혁신비상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혁신위는 3개월 동안 연구와 학생 교육 등 학교 전반에 관한 모든 사항을 논의하게 된다. 혁신위 위원 13명에는 최병규(교학) · 주대준(대외) · 양동열(연구) 부총장,박희경 기획처장,이균민 교무처장 등 서 총장이 지명한 5명이 포함됐다. 경종민 교수협회장,김정회 전 교수협회장,임세영 기계공학과 교수,박현욱 전기및전자공학 전공 교수,한재흥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등 교수협이 투표로 뽑은 5명도 위원이 됐다. 학생 대표로는 곽영출 학부 총학생회장,안상현 대학원 총학생회장,이병찬 전 부총학생회장 등이 참여한다. 총장은 위원회의 결정을 반드시 수용하고 즉시 실행해야 한다.

강현우/양병훈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