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교수의 잇단 자살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남표 총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된 가운데 지난 13일 합의된 '혁신비상위원회' 운영을 통해 사퇴논란이 완전히 가라앉을지 관심이다.

14일 KAIST에 따르면 교내 580여명의 교수 모임인 교수협은 13일 혁신위 구성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서남표 총장에게 전달했으며, 서 총장은 교수협의 요구를 수용했다.

오는 15일까지 구성되는 혁신위는 총장이 지명하는 5명(교학.대외.연구 부총장 포함), 교수협이 지명하는 평교수 5명, 학생 대표 3명으로 3개월(필요시 1개월 연장) 동안 운영되며, 의사결정은 과반수로 하게 된다.

혁신위에서는 학교 전반에 관한 모든 사항에 대해 논의하게 되며, 활동이 종료되면 최종보고서를 KAIST 전체 구성원과 이사회에 보고하게 된다.

서 총장은 경종민 교수협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혁신위의 결정을 반드시 수용하고 즉시 실행해야 한다'는 강제적 규정에도 불구하고 교수협의 모든 요구를 수용했다.

서 총장은 이를 통해 '퇴진 요구'를 무마시키는 등 일단 급한 불을 끈 상황으로, 대부분의 교수는 혁신위에서 서 총장의 퇴진문제는 다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날 오후 열린 학부총학생회 비상총회에서도 안건으로 상정된 '서 총장에 대한 개혁실패 인정 요구'안이 부결되면서 사실상 학생들 사이에서의 총장 퇴진 논란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한 교수는 "혁신위에서는 학부와 대학원생들의 등록금 문제와 영년직 교수문제, 연구비 관리 문제, 일련의 사태에서 노조의 태도 문제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혁신위 구성을 서 총장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서 총장에 대한 퇴진문제는 다뤄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최인호 학부 부총학생회장은 "서 총장의 개혁에 대해 부작용은 있었지만, 그것이 전면 실패라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학우가 반대표를 던진 것 같다"면서 "온라인 전기자동차 등 대형사업 개발, 대내외 거액기부 유치 등의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측면들이 있고 그래서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총장 퇴진운동을 전개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반면, 일부 교수와 학생들은 여전히 서 총장에 대한 불신을 보이면서 용퇴 요구를 꺾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동료 교수에게 발송한 '4월의 제문'이라는 글을 통해 서 총장의 결단을 요구한 김종득 교수는 "오늘(14일) 정오에 교수총회를 여는데, 교수사회에서 서 총장의 퇴진 논란은 이번 총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면서 "혁신위에서 총장 퇴진 요구부분이 안 다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내 소신에는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4학년 학생은 "어제 총장과 학생들이 화해의 행동을 취했지만 저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면서 "학생과의 간담회에서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해놓고 다시 번복하는 총장인데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모든 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얻은 게 없다"면서 "사흘 뒤에 총장이 내놓는 답변을 통해 실제로 모든 요구안이 관철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등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야당의원들이 서 총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정치권과 서울대 등에서 서 총장의 퇴진을 잇따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 13일 정치권 등에서 서남표 총장 퇴진론이 불거진 데 대해 "이사회가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박주영 기자 kj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