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스폰서' 책 펴내…성접대 등 상세 묘사
접대한 검사 200명…56명 가나다순 실명 공개

지난해 4월 전ㆍ현직 검사 수십명에게 20여년간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폭로한 정용재(53)씨가 자신의 검사 접대 관행과 내역을 상세히 묘사한 책을 펴내 파문이 일고 있다.

정씨는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지청을 떠나는 검사들에게 전별금으로 30만~50만원을 건네다가 1986년부터는 순금 마고자 단추를 선물로 줬다.

평생 기억에 남으라고 특별하게 3돈짜리 순금 단추 두 개 한 세트를 선물로 줬는데 검사들도 신기하니까 아주 좋아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순금 마고자 단추 선물을 1991년까지 계속했다면서 최소 30명의 검사들에게 건넨 것으로 기억했다.

정씨는 20대였던 1980년대 중반부터 일찍 작고한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건설회사를 경영하면서 검찰이 위촉하는 소년선도위원과 갱생보호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경남지역에 부임한 검사들과 광범위하게 친분을 유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달에 두 번씩 지청장에게 100만원, 평검사에게는 30만원, 사무과장 30만원, 계장 10만원의 촌지를 지속적으로 상납했으며, 성접대를 포함한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주, 부산 등 경남지역에 그치지 않고 1985년께부터는 서울로 올라와 검사들을 접대하고 촌지를 건네기도 했다면서 퇴직 검사들까지 포함하면 한 번 이상 접대한 사람은 200명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검사 56명의 실명을 가나다순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정씨는 검사들의 술자리는 대부분 성접대로 이어졌는데 일부 검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를 거부하지 않았다고 썼다.

정씨는 또 부산의 한 모델에이전시에 소속된 모델들을 불러 `원정 접대'를 하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경찰 호송차의 호위를 받은 일도 있었으며 검사들이 이동할 때 제시간에 비행기를 탈 수 있게 경찰 헬기를 띄우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작년 4월 `스폰서 검사' 파문이 불거진 이후 검찰 진상규명위원회와 특별검사팀이 조사를 벌였지만 검찰의 방해로 이 같은 부패와 비리의 진상이 은폐됐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진상규명위와 특검을 거쳐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미 평가가 끝났고 그 과정에서 정씨의 진술이 모두 허위로 밝혀졌는데도 다시 책을 출판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