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학교 "만족"..빠듯한 예산에 '식단부실' 우려도

무상급식이 시행된 지 한 달을 맞았다.

보편적 복지냐, 복지 포퓰리즘이냐의 전국적인 논란 속에 지난달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충북이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나선 것을 비롯해 전국 1만1천300여개 초.중.고의 50%가 넘는 5천700여개교가 전체 학년이나 일부 학년을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학부모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식단부실 우려와 지역별 편차의 해소 등을 과제로 남겨놓았다.

◇"급식비 부담 덜었다"

무상급식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자치단체장 후보와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무상급식 한 달을 보낸 학부모들은 가계부담을 덜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충남 서산시의 학부모 이은경(40.여)씨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3명의 급식비로 한 달에 15만원 가량을 지출했는데, 초등학교 무상급식으로 4만-5만원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며 "급식으로 나오는 음식에도 별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전임 교육감 당시부터 일부 무상급식을 시행했던 경남도교육청이 지난해 학부모 1천89명을 대상으로 한 학교 급식만족조사에서도 79.6%가 "무상급식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학부모들은 대체적으로 무상급식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교 현장에서도 빈부격차에 따른 위화감 해소에 도움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청주 용성초등학교 조명화 교장은 "작년까지는 급식비를 지원받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다소 위축되는 분위기도 있었다"며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은 외부 기관.단체의 후원금을 지원해주기도 했는데 무상급식으로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여전히 무상급식의 시행으로 교육여건 개선 등 다른 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식탁서 돼지고기 사라져"

구제역 등의 여파로 축산물을 비롯한 각종 음식재료 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식단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학교 식단에서 돼지고기를 찾아볼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는 교육현장의 현실을 오롯이 반영하고 있다.

그동안 물가가 오르면 학부모 부담 급식비를 인상해 충당했으나 무상급식은 1년 급식비가 사전에 결정돼 있어 빠듯한 예산을 쪼개서 식단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학교는 고정된 단가로 식단을 짜느라 애를 먹고 있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돼지고기, 소고기 등 음식재료 가격은 오르는데 학생 1인당 식비는 정해져 있어 영양가를 고려해 식단을 만드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말했다.

실제 충북도교육청이 4개 초.중학교의 급식비를 조사한 결과, 모든 학교의 1인당 급식비가 지난해보다 줄었다.

한 학교는 올해 급식비가 1인당 2천50원으로 지난해 2천329원보다 10%가 넘는 279원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각급 학교는 음식재료 구입비를 줄이려고 인근 학교와 공동구매를 추진하고 돼지고기 등 가격이 많이 오른 품목은 다른 품목으로 바꿔 식단을 꾸미는 형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치단체와 교육청 등이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급식비를 탄력적으로 지원하고 친환경농산물 등을 공급하는 급식지원센터 설치하는 것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역별 편차해소도 과제

전국에서 충북만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할 뿐 대부분은 시.군별로, 학년별로 무상급식의 범위가 다르다.

경기도는 31개 시.군 가운데 24개 시.군이 전체 초등생에 대해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으나 나머지 7개 시.군은 3-6학년에만 적용하고 있다.

경남도 18개 시.군 가운데 10개 군에서는 초.중.고등학생 전원이 혜택을 받지만 8개 시지역은 동(洞)을 제외한 읍.면 초.중학생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 계층 가정의 자녀만 무상급식 대상이다.

무상급식을 놓고 교육청과 자치단체, 정치권 등이 이견을 보이는 곳도 적지 않다.

전북도교육청은 단계적으로 모든 학생에 대해 무상급식을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도와 시.군은 재정상황 등을 감안해 난색을 표명하며 시행시기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교육감과 지사가 모두 무상급식을 공약한 경남은 교육청과 자치단체 간 갈등은 없지만, 한나라당이 다수인 경남도의회가 김두관 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일부 예산을 삭감해 무상급식 인원이 계획보다 줄어드는 등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를 놓고 교육계에서는 무상급식이 지역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출발했지만, 의무교육 대상인 초.중학교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일관되게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종량 김광호 이정훈 김준호 변우열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 bw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