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로비, 연임청탁, 태광 세무조사 경위 등 조사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009년 출국한 지 거의 2년 만인 24일 전격 귀국함에 따라 `그림 로비'를 비롯해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한 전 청장이 연루된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최윤수 부장검사)는 그를 28일 오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며 한 전 청장도 출석 의사를 밝혔다.

◇ `3대 의혹' 중점 수사 = 검찰은 한 전 청장을 상대로 그림 로비와 청장 연임 로비,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 과정에서 빚어진 직권남용 논란 등 3가지 의혹을 중점적으로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그림 로비 의혹은 한 전 청장이 2007년 초 인사 청탁 목적으로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고(故) 최욱경 화백의 고가 작품 `학동마을'을 상납했다는 내용이다.

그는 국세청장이 된 이후인 2008년 12월25일께 포항에서 이 지역을 비롯한 경북 출신 유력 인사들과 만나 골프 접대 등 `연임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현 정권의 핵심 실세를 만나 골프를 쳤다는 의혹도 제기했으나 검찰은 "(그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까지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던 `박연차 게이트'에 앞서 2008년 8월 태광실업을 대상으로 표적 세무조사를 벌였다는 의혹도 있다.

그는 당시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를 관할기관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배당, 직권을 남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야당측은 그가 2008년 11월께 세무조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사돈 김모씨, 태광실업 직원 등이 10여 차례 만나 `대책회의'를 했으며 한 청장 등 관계자에게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9년 6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들이 로비를 시도했으나 결국 국세청이 박연차 씨를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세무조사 무마 로비는 실패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한 전 청장은 여러 의혹이 불거지자 2009년 1월16일 자진사퇴했으며 2개월 뒤 미국으로 출국해 머물러왔다.

◇여타 의혹ㆍ수사 확대 여부 `관심' = 검찰이 공식적으로 수사하는 대상 이외에 다른 의혹도 조사 거리가 될지 관심거리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면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림로비 문제는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이 제기해 불거졌는데, 안 전 국장과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국세청이 2007년 7월∼2008년 포스코건설을 세무조사할 때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과 관련한 문건을 발견했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문건을 봤다고 밝힌 안 전 국장은 한 전 청장에게서 퇴임 압력을 받았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2007년 검찰 수사와 2008년 초 특검 수사를 통해 이 대통령의 차명소유 의혹은 근거가 없다고 결론이 내려진 바 있다.

한 전 청장과 전 전 청장, 안 전 국장의 대질신문 여부도 관심거리지만 일단 검찰은 "현재로선 필요성이 많지 않아보인다"는 입장이다.

한 전 청장이 미국 체류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기존 입장과 다른 진술을 하거나 새로운 의혹이 불거질 경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한 전 청장이 귀국한 만큼 검찰 수사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여러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전성훈 송진원 기자 zoo@yna.co.krcielo78@yna.co.kr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