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쉽고 재미있게', 서술형 평가 확대
방과후학교 민간에 문호개방·저소득층지원확대

교육과학기술부가 23일 시안을 공개한 `공교육 강화-사교육 경감 선순환 방안'은 사교육 수요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과목인 수학교육을 내실화하고 방과후학교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다른 사교육 유발과목인 영어에 대한 억제책은 유지하는 가운데 수학교육에 대한 수술을 시도해 자연스럽게 사교육을 억제하겠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방과후학교에 우수한 민간 인력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히는 등 방과후학교를 강화해 학교가 끝나고 학원에 가는 학생들의 발걸음을 학교안에 붙잡아두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이같은 대책이 적용되려면 교사 연수나 프로그램 개발 등 과제가 산적해 있어 가시적인 사교육억제의 성과를 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 수학 수업과 평가, 확 바꾼다 = 초중고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바꾸는 것이 이번 사교육대책 시안의 키워드다.

현정부 들어 영어 사교육 억제책이 지속적으로 발표됐고 교과부 내부에 대책팀까지 가동되고 있지만 수학 사교육 억제책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처음이다.

최근 교과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실태조사 결과 전체 사교육비 중 영어 사교육비의 비중이 33%였고, 그 다음이 수학으로 28%의 비중이었다.

교과부는 기존 수학교육이 문제풀이식 반복 학습 위주로 학생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보고 있다.

이에따라 개선안은 수학시험에서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복잡한 계산이 요구되는 부분은 삭제하고 주입식·단순 암기식 내용을 지금보다 20% 정도 줄이는 방안을 우선 제시했다.

`수학과 생활경제', `기초 공학수학' 등 실생활과 연계된 학습자료를 개발·활용하는 방안, 수준별 학습자료를 개발·보급하는 방안, 첨단시설이 설치된 `미래형 수학교실'을 도입하는 계획도 나왔다.

교과부는 "`미래형 수학교실'은 모델 개발을 통해 올해부터 과학중점고와 낙후지역학교 등에 시범 적용한 뒤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개선책에는 서술형 문제를 확대하고 문제풀이나 계산 위주의 평가를 과정중심 평가로 전환하며, 특히 고교생들의 경우 대학교처럼 전자계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에 대한 정책연구를 올해안에 실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런 개선안을 위해서는 수학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필수다.

권역별 대학과 연구기관이 수학교사 전문 연수기관으로 활용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에 교육과정 개정이나 교과서 및 수업모형 개발 등을 전문지원하는 수학교육연구센터가 올해 안에 설치된다.

교과부내에 수학교육 전담팀도 꾸려진다.

◇방과후학교에 민간참여확대 = 방과후학교의 질을 높이는 과제도 빠르면 올해부터 시작된다.

교과부는 우선 모든 학교가 자율적으로 민간기관의 우수 프로그램을 방과후학교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폐지하고 전국 단위의 우수 민간위탁기관 풀을 구축하기로 했다.

실제로 민간위탁운영이 활발한 부산의 경우 영어 사교육비가 전국 평균 대비 81% 수준으로 민간의 참여 효과가 상당하다고 교과부는 설명했다.

또 고용노동부와 방과후학교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내달 중 체결, 올해 안으로 20개 기업을 발굴·육성할 계획이다.

◇방과후학교 중 영어교육 강화 = 방과후학교 중 특히 영어과목을 내실화하는 것은 수학수업 개선안 못지않게 교과부가 중점을 두는 과제다.

당장 올상반기 안으로 EBSe를 통해 단계별, 수준별 방과후학교 영어 교재와 방송프로그램을 개발해 여름방학부터 관련 교재와 프로그램을 시범 활용한 뒤 2학기부터는 모든 학교가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교재는 기본형과 응용형 등 수준별로 특화된 내용이 돼 방학용 교재로 쓰일 예정이다.

또 아리랑 TV가 보유한 방송 콘텐츠를 교내 영어 방송 동아리를 육성하고 방송 관련 체험 교육을 실시하는 데 활용하고, 온라인에 `방과후 영어교육 지원센터'도 구축해 교수·학습관리, 평가, 민간업체 정보제공, 학습자료 제공 등의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교과부는 학교교육의 틀 내에서 '정규 교육-방과후학교-자율학습'으로 이어지는 영어학습방법을 갖추면 사교육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소득층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확대 =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방과후학교 수강기회도 확대된다.

교과부는 차상위계층 20% 수준인 39만명에게 지원하던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을 올해 49만명(차상위 40%), 2012년 60만명(차상위 70%), 2013년 75만명(차상위 100%)까지 확대지원한다.

1인당 지원규모도 연간 30만원에서 올해 36만원, 2012년 48만원, 2013년 60만원으로 상향 조정, 관련예산이 현행 1천410억원에서 4천500억원으로 늘어난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