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터 지킴이 제도ㆍCCTV 역부족…범죄 끊이지 않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대낮에 초등생이 납치ㆍ성폭행당한 '김수철 사건' 이후 교육 당국이 어린이 보호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 허술하게 운영되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오후 3시께 서울 성북구의 A초등학교 교정.

이 학교는 설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6일 오후 4시30분께 사촌오빠를 따라 놀러온 유치원생 A(7)양이 성범죄 전과자 노모(49·검거)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곳이다.

방학인데도 방과 후 활동 '축구교실'에 참여하는 남학생들이 운동장에서 공을 찼고 구석진 놀이터에는 여자 초등생 2명이 어울려 놀고 있었다.

학부모 5~6명은 방과 후 학교 수업을 마친 자녀를 데리러 와 학교 건물 앞에 서 있었다.

이날 기자가 정문을 통과해 학교로 들어가자 입구에 있던 '배움터 지킴이'는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범행 장소인 학교 안 놀이터까지는 30초가 채 안 걸렸다.

학교에는 전직 경찰관이 배치돼 있지만 평일과 주말 일과 시간을 위주로 근무하고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일요일에는 원래 근무를 서지 않고 있었다.

대신 주말과 휴일에는 용역회사에서 파견된 직원이 숙직하면서 야간 근무를 하지만, CCTV 화면을 살피거나 육안으로 운동장을 확인하는 데 그친다고 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각 학교에 배치된 지킴이가 학내 성범죄 방지에 별 기능을 못하는 것이다.

이 학교 전체에는 CCTV가 총 5대 설치돼 있는데 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사각지대'를 모두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기자가 범행이 발생한 놀이터 주변을 둘러보자 바로 옆 건물 벽에 CCTV 한 대가 유일하게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벤치 위에 설치된 나무 지붕 때문에 CCTV에 놀이터 가장자리 부분이 찍히지 않고 있었고, 구석 벤치 자리는 각도 때문에 운동장에서도 잘 보이지 않았다.

학교에 '배움터 지킴이'와 CCTV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는 우범지대가 여전히 있는 셈이다.

실제 이 CCTV에는 범행 장면이 일부 담기긴 했어도 각도 탓에 피의자의 하반신만 찍혔고 낮인데도 화면도 흐릿해 경찰이 성추행범을 특정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나마 여기는 주변 학교 서너 곳보다 CCTV가 1~3대가량 많은 편이고 지난해 김수철 사건 이후 정문을 들어오는 사람을 촬영하는 CCTV도 새로 생겼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교육청이 추가 CCTV 설치가 필요한 지역을 조사할 때 '후문, 강당 뒤편 공터, 주차장'이라고 답했는데, 설치는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학교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학교에서 만난 초등생 2,4학년 남매를 둔 학부모 이모(40·여)씨는 "'김수철 사건' 이후 매일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를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 성폭행이 이슈가 돼 CCTV도 더 생기고 학교 방범활동이 강화됐어도 주말에는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지 않는다"며 "CCTV를 고화질로 바꾸고 사각지대를 보강하는 한편 주말에 경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