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ㆍ임원 10여명 구치소 찾아…공판 대비도
그룹측 "법적 권리따라 접견했을뿐"

비자금 비리 등 혐의로 지난달 구속된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 가족과 회사 임원들을 잇달아 접견하며 '옥중경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오후 2시30분부터 1시간 사이 이 회장이 수감돼 있는 서울 구로구 영등포구치소에 고급 승용차 대여섯 대가 바쁘게 드나들었다.

차량에서 내린 정장 차림의 남녀 10여명은 조심스레 민원실로 들어갔고, 구치소 측은 이들에 대해 "이 회장 가족과 회사 임원이 접견왔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1천400여억원의 횡령ㆍ배임을 저지른 혐의 등으로 지난달 21일 구속돼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김현미 부장판사) 심리로 곧 1심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그는 설 연휴 전 배임ㆍ횡령을 도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오용일 태광그룹 부회장을 접견했고, 이날도 그룹 현안을 챙기고 재판 준비를 위한 설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치소 측은 이날 접견객 신원과 숫자를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확인해주지 않았으나 검찰 안팎에서는 이들 중 비리 의혹에 연루된 최측근 인사가 포함됐을 개연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의 공범을 만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생길 개연성도 있지만, 현재 이런 접견을 막을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기소 이후 법원의 허락을 받아 구속된 피의자의 접견 대상을 제한할 수 있지만, 이 회장 사건에서는 이런 수단을 쓰지 않았다.

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당한 법적 권리에 따라 가족과 변호사를 접견했을뿐이며 사건 연루 인사와 만났다는 추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횡령ㆍ배임 혐의 외에도 차명계좌 7천여개 등으로 비자금 4천400억여원을 조성하고 케이블 방송의 채널 배정 대가로 주식을 취득해 25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사실 관계는 인정했으나 공판 과정에서 과거 관행과 착오로 문제가 커졌다며 선처를 호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