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딘 행보를 보여온 검찰의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수사가 27일 강희락 전 경찰청장 구속을 기점으로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여환섭)는 한 차례 영장 기각의 난관을 뚫고 출국금지 조처를 내린 지 한달여 만에 강 전 청장 구속이라는 수사의 `첫 단추'를 끼웠다.

검찰은 기소까지 최장 20일간인 구속기간에 브로커 유상봉(65.구속기소)씨로부터 함바 운영을 위한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중심으로 강 전 청장을 강도 높게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또 유씨가 자신의 주 무대였던 부산과 인천 지역에서 함바 운영권 확보를 도와준 경찰 고위 간부들을 위해 강 전 청장에게 대가성 인사 청탁을 했는지도 규명할 계획이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유씨는 함바 업자다.

강 전 청장에게 여러 혐의가 있지만 결국 수사는 함바를 둘러싼 비리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수사가 경찰 고위직 인사 청탁보다는 함바 운영권 확보를 위한 로비 의혹을 규명하는 데 중점을 둘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지난 10일 강 전 청장을 시작으로 이후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김병철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차례로 불러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검찰이 발 빠른 행보를 보이자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경찰 고위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이달 중순 안에 매듭짓고 곧바로 정ㆍ관계 인사를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소명 부족'을 이유로 강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수사가 초반부터 암초를 만나면서 검찰은 우선 연루 경찰 인사들의 혐의를 뒷받침할 구체적 증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지난주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결국 강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검찰이 앞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던 인사 중 일부를 연달아 구속하는 등 수사의 속도를 높이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강 전 청장 구속 과정에서 또 한차례 드러났듯이 영장 발부 요건을 엄격하게 따지는 법원의 스탠스를 감안하면 연루 의혹을 받는 경찰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마치는 데만도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도 "다들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법원에서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어 증거 확보가 수사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과거에도 물론 신중하게 수사를 해 왔지만 (이번에는) 더욱 신중하게 증거를 갖춰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해 이런 예상을 뒷받침했다.

그는 그러나 "바둑을 둘 때 돌을 놓는 곳은 결국 361칸 중의 한 곳이다.

우리는 (증거가) 나오면 바로 가는 거다.

정석대로 해나가겠다"며 수사 의지를 다졌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