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 정국을 태풍 속으로 몰아넣었던 '박연차 게이트'의 문이 사실상 닫혔다. 2009년 3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 착수로 대형 '게이트'가 열린 지 약 1년10개월 만이다.

대법원은 27일 이광재 강원도지사,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박진 한나라당 의원,서갑원 민주당 의원 등 7명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내렸다. 이미 형이 확정된 13명까지 합치면 검찰이 기소한 21명 가운데 19명의 상고심 결과가 나왔다. 이들 19명 중 무죄가 확정된 사람은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과 이상철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두 명뿐이다.

'박연차 게이트'의 후유증을 가장 혹독하게 겪은 사람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친노 정치인들이다. 이날 징역 6월,집행유예 1년형이 확정된 이 지사는 결국 도지사직을 잃었다. 서갑원 민주당 의원도 1200만원 벌금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내놓았다. 작년 12월 벌금 700만원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최철국 전 민주당 의원까지 합치면 정치인 3명이 낙마했다.

반면 80만원 벌금형이 확정된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했다.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무죄가 확정됐다. 박 의원의 경우 "(금품을 줬다는) 박 전 회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원심 판단을 대법원이 받아들인 덕에 위기를 모면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의 한 친노 인사는 "박연차라는 이름이 이제 저주의 주술같다"고 장탄식을 토해냈다. 민주당 내 친노 핵심인사 중 안희정 충남지사 등 일부만이 검찰의 칼날을 피했기 때문이다.

게이트의 '중심'인 박연차 전 회장(뇌물공여 및 조세포탈 등 혐의)의 경우 대법원이 이날 일부 혐의를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혐의 상당수가 유죄로 인정될 전망이다.

대검 중수부는 2009년 3월 이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노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 등을 소환하는 등 대형 게이트 수사의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노 전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등 상당한 후유증을 남겼다.

이고운/김형호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