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락 영장기각 여파, 수사 속도 늦춰질 듯

`함바 비리' 브로커 유상봉(65.구속기소)씨의 전방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검찰은 애초 강 전 청장에 대한 영장이 순조롭게 발부되고 나면 이르면 다음 주까지 유씨의 로비 대상이 됐던 전ㆍ현직 경찰 고위 간부들을 잇따라 소환해 수사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전략이었다.

그 다음에는 로비 의혹의 핵심인 정ㆍ관계 쪽으로 수사를 확대한다는 그림도 그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첫 번째 거물급 로비 대상자로 상당히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던 강 전 청장의 구속이 뜻밖에 불발됨에 따라 검찰로서는 초기 수사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정ㆍ관계 쪽으로 성급하게 수사망을 확대하기 어렵게 된 것은 물론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과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 등 이미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전직 경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수사에도 다소 부담을 느낄 만한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검찰이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씨의 진술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채 수사를 진행해 온 게 아니냐는 지적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법원이 밝힌 영장 기각 사유는 강 전 청장이 받고 있는 수뢰 혐의의 대가성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못했음을 않았음을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맡은 최석문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혐의 사실에 대해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정도로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반대로 강 전 청장이 피의자 심문에서 유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사실을 일부 인정했는데도 영장이 기각된 것은 법원이 구속 요건을 너무 까다롭게 적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피의자 스스로 유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면서 4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영장 기각은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돈을 준 사람은 구속돼 있는데 돈을 받은 사람은 불구속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