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청탁 거절했다"…일부는 와인ㆍ홍어 수수

경찰청이 `함바비리'와 관련해 브로커 유상봉(65.구속기소)씨와 접촉한 총경 이상 간부가 있으면 양심고백을 하라고 지시한 결과 대수롭지 않은 사례만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12일 오전 본청 수뇌부와 전국 부속기관장, 지방청장 등 41명이 참석한 `전국 지휘부 회의'를 열어 전국 총경 이상 간부들한테서 받은 `유씨 접촉 여부 자진신고' 취합 내용을 발표했다.

자진신고서를 받아보니 유씨와 아는 간부들 대다수가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의 전화를 받거나 개인적 친분으로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조 청장이 전했다.

건설현장 소장 등과 만나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았으나 대부분 거절했고, 청탁을 들어줬더라도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다만, 고위 간부 1명이 현장 소장 등과 면담하도록 주선했다가 함바 운영권 계약 등이 성사되지 않았음에도 포도주를 받았고, 다른 1명은 주선을 거부했음에도 배송돼온 홍어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주선을 하고서도 놓고 간 금품을 돌려주거나 저녁식사를 하면서 청탁을 받았지만 거절한 사례, 주선을 거절했음에도 택배로 물품을 보내와 개봉하지도 않고 반송한 사례 등도 있었다고 조 청장이 말했다.

경찰은 스스로 신고한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 비리가 없으면 불문에 부치고, 비리가 발견된 이는 수사나 징계 절차를 밟되 양심고백 한 점을 충분히 고려할 방침이다.

또, 자체 조사를 계속 해 미신고 간부 중 연루자가 발견되면 최대한 엄정하게 처벌할 계획이다.

조 청장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사건으로 국민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 깊이 사죄한다"며 "이번 사건을 진정한 자기 성찰과 쇄신의 계기로 삼아 신뢰를 회복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조 청장은 재발 방지책으로 내부고발자 특진제를 도입해 위법한 지시나 압력, 청탁 등 주요 비리를 제보할 때는 경감까지 특진시키고 희망 근무지로 전보하는 한편 문제가 있는 지휘관의 보직을 박탈하겠다고 약속했다.

직무수행과 무관하더라도 단속 대상업소와 접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청탁이나 스폰서 문화를 뿌리뽑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