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비리'로 수사를 받고 있는 브로커 유모씨(64)가 2006년에도 유사한 뇌물 비리로 재판에서 징역형에 집행유예의 형사처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대로라면 전 · 현직 경찰 최고위층과 장 · 차관,국회의원 등이 전과가 있는 뇌물사범을 버젓이 만나 돈을 받은 셈이 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경찰고위직,전과자 뇌물을?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은 2006년 5월 재건축 아파트 조합장에게 억대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유씨에 대해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판결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유씨는 2005년 3월 서울 잠실주공2단지 재건축 조합장이던 이모씨에게 "재건축 공사현장의 함바집 운영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쇼핑백에 5000만원을 건네는 등 모두 1억5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이 판결은 유씨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유씨로부터 돈을 수수한 이씨는 징역 6년형을 받아 항소했으나 2007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집행유예는 판결 확정일부터 산정되기 때문에 항소기간 14일이 지나 확정된 2006년 6월부터 2009년 6월까지가 유씨의 집행유예 기간이다. 검찰에 따르면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2009년 집무실에서 유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 전 청장 재임기간(2009년 3월~2010년 8월)을 감안하면 집행유예 기간이나 직후에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에서는 강 전 청장 외에도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과 김병철 울산지방경찰청장,양성철 광주지방경찰청장 등 치안감급 이상 간부와 경관급 이하 간부들도 유씨로부터 돈을 받은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으나 당사자들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

검찰은 전 · 현직 장 · 차관과 공기업 사장 등도 유씨로부터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직 장관 L씨와 현직 공기업 사장인 C씨, 전직 공기업 사장 J씨 등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이미 건설업계는 줄초상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유모씨로부터 총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이모 H건설 사장(59)을 구속했고 8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모 S기업 전무(61)를 소환조사했다. 이와 함께 W산업 · H산업 · D건설산업 등 건설사 임원도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에 대해 조사받은 건설사가 15개 안팎"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이들 임원에게 뇌물을 주고 아파트 건설현장의 함바집 운영권을 따냈다. 자신이 거느린 2차 브로커에게 이를 팔고,2차 브로커들은 실제 함바집 업자에게 운영권을 다시 파는 형태로 사업을 해왔다.

유씨는 다양한 분야에서 인맥을 쌓으며 이를 이용해 함바집 운영권을 따거나 알선 · 인사 청탁을 해주겠다며 돈을 받아 일부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임도원/이고운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