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최성준)는 4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채권단을 상대로 낸 양해각서(MOU) 효력유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예비협상 대상자인 현대자동차그룹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매각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돼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에 인수될 가능성이 커졌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그룹과 맺은 MOU를 해지한 것은 정당하고 현대건설 주식을 현대차그룹에 매각하는 것을 막을 만한 긴급한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현대그룹은 1조2000억원을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서 대출받으면서 현대건설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은 "현대그룹 측이 대출확인서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긴 했으나 명의가 의심스럽고 문서 내용이 여러 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채권단의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현대그룹은 제기된 여러 가지 의혹 해명 요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고 약정했으므로 의무 불이행은 해지 사유가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채권단은 법원 결정이 있은 뒤 "앞으로 원칙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관련 당사자들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현대건설 매각을 공정하게 진행하겠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모여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과 매각절차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법과 입찰 규정에 따른 당연한 결론으로 현대건설과 국가 경제를 고려한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그룹은 곧바로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후속 대책을 논의한 끝에 "매우 유감스럽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항고키로 입장을 정리했다.

현대그룹은 작년 11월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주축으로 한 채권단의 현대건설매각에 참여,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획득했다. 그러나 곧바로 현대상선이 프랑스에서 조달한 1조2000억원 대출금에 대한 이면약정 논란이 발생하면서 매각절차가 중단됐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MOU 효력을 유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