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등 술자리가 잦은 연말에는 음주로 인한 사고도 늘어나 업무상 재해 여부를 가리기 위한 송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법원은 모임의 주최자, 목적, 참석 강제성 등을 기준으로 회식과 업무간 연관성을 엄격히 판단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한다.

모임 과정이 전반적으로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이뤄졌는지가 쟁점이다.

◇사장 주재 전체 회식은 "업무 인정" = 대표이사 등 조직의 장이 모임을 주최해 직원 대다수가 참여했다거나 법인카드로 비용을 부담한 회식은 업무의 연장 선상으로 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가 잦다.

방모씨는 밤늦게까지 진행된 송년회식을 마치고 이동하다가 발을 헛디뎌 농수로에 빠져 사망했는데, 법원은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회식이 대표이사의 주관 하에 소속 직원의 사기 진작과 단합 도모를 목적으로 이뤄졌고 비용도 법인카드 등으로 계산된 것으로 볼 때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방씨는 회식에서 과음으로 거동 등에 문제가 생겨 사망했고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회사 송년회를 마친 뒤 2차로 나이트클럽으로 이동하다 계단에서 미끄러져 골절상을 당한 김모씨에게도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은 "1차 회식에서 2차를 가자는 직원들의 의견을 수용해 나이트클럽을 가게 됐으며, 회사가 1,2차 회식비를 모두 부담한 점 등에 비춰 2차 회식도 공식행사의 일환으로 보여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남은 사람들끼리 비공식 2차는 "불인정" = 법원은 공식적인 송년행사가 끝나고서 남은 사람끼리 기분을 내려고 자발적으로 이어간 술자리에서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과음행위가 사업주의 제지나 만류에도 근로자의 독자적 판단을 통해 이뤄졌다면 이를 업무의 일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조모씨는 2007년 12월28일 전 직원이 참석한 1차 회식 후 일부 직원과 따로 가진 2차 회식에 참석한 뒤 만취 상태에서 실족하는 바람에 바다에 빠져 익사했다.

조씨의 유족이 낸 소송에서 부산지법은 "공식행사인 1차 회식과 달리 2차 회식은 일부 직원끼리 술을 더 마시려고 즉석에서 마련된 자리이며 참석도 강제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업무수행과 관련됐다거나 사용자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설비기사 박모씨도 송년 모임이 끝나고 노래방으로 이동하다 넘어져 머리를 다친 경우지만 법원은 `노래방 회식은 임의적 선택이었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씨는 당일 근무자인데도 자발적으로 술을 마신 점, 1차 회식 후 근무지로 복귀해야 하지만 비번인 사람들과 어울려 2차로 노래방을 따라간 점 등을 종합해볼 때 노래방 회식을 업무의 일환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