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장 탈출 조합원 "현장 분위기 강압적"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울산 1공장 점거농성에 외부세력의 개입이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으로 점거농성에 동참했다가 농성장을 빠져나온 A씨와 B씨는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합원들이 처음엔 점거농성을 하는 줄 몰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 15일 울산 1공장 점거농성에 동참했다가 같은 달 28일 농성장을 몰래 빠져나온 열성 노조원.
이들은 "지난달 15일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부분파업을 하는 줄 알고 1공장으로 갔다"며 "그러나 외부세력과 연결되어 있는 활동가들에 의해 점거농성이 시작돼 매우 당혹스러웠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조합원들보다 해고자나 얼굴을 모르는 활동가 4∼5명이 현장을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현재 농성장에 있는 대부분 조합원들이 농성해제를 바라고 있지만 다른 조합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말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장의 강압적인 분위기와 감시 때문에 빠져나올 수도 없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점거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집행부와 외부세력과 연결된 일부 활동가들이 농성장을 빠져나가거나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을 배신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현재 점거농성장에 있는 동료로부터 농성장에 '살생부' 같은 것이 나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현재의 투쟁방식에 대해서는 "매우 극단적이다"고 못박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소송을 병행해 가면서 순차적이고 단계적으로 파업했더라면 이런 사태로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와 함께 "점거농성장 안에 감기를 앓는 등 몸이 불편한 조합원들이 많다"며 "그러나 상당수가 밤에 비닐을 덮은 채 잠을 자야 하고, 점거농성을 하는 줄 모른 채 참여했기 때문에 칫솔 등 위생도구도 변변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점거농성에 지친 조합원들이 가족들과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점거농성장에서 나오려는 조합원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이밖에 '공권력 투입에 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쇠파이프는 보았지만, 시너나 쇠창살은 직접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울산연합뉴스) 서진발 기자 sj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