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주민들의 대규모 '엑소더스'가 26일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인천항 연안부두 인근의 임시 거처는 피난민으로 가득 찼다.

연평도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주민 47명 가운데 17명도 이날 코리아익스프레스호를 타고 건너와 임시 거처인 찜질방 '인스파월드'에 대부분 짐을 풀었다. 이곳에만 연평도 주민 330명이 머물고 있으며 옹진군이 인천시내에 마련한 여관 11곳에도 100여명이 흩어져 있다. 주민 김모씨는 "피난민들이 인천에 나온 지 사나흘이 됐는데도 숙소 마련 등 정부와 인천시의 지원이 사실상 전혀 없어 화가 난다"며 "이번 사태가 옹진군청만의 일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천으로 대피한 연평도 주민들의 대표기구인 '연평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송영길 인천시장을 만나 이주 · 생계 지원 방안과 자녀 교육 대책을 공식 요구했다.

최성일 위원장(47)을 비롯한 주민들은 임시 거처에서 송 시장을 만나 "마을을 보수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해준다 해도 연평도에서 다시 살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전날인 25일 늦은 밤 전체회의를 열어 이같이 의견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시장은 "주민의견을 정부에 건의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답했다.

◆…옹진군청이 2008년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 5도에 1080억원을 들여 대피소를 보수 · 추가하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옹진군이 2년 전 이 같은 요청을 해왔지만 주민 수에 비해 1000억원이 넘는 공사비가 너무 많다는 판단으로 보류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예산 산출을 위해 지난 3월부터 관련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있다"며 "내년 3월로 예정된 용역결과 제출시기를 앞당겨 조속히 개 · 보수에 착수할 수 있도록 내년 예산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병대 전사자인 고(故) 서정우 하사(22)와 문광욱 일병(20)의 영결식이 27일 오전 10시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체육관에서 해병대장(5일장)으로 엄수된다. 시신은 성남시립화장장에서 화장된 후 오후 3시께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26일 오후 염습과 입관식을 비공개로 마쳤고 군이 연평도 현지에서 수거한 고인들의 옷과 사진,책 등 유품을 전달받았다. 가족들은 유품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영결식을 하루 앞둔 26일에도 합동분향소를 찾는 조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인터넷 추모 열기도 정점에 달해 전사자 두 명의 미니홈피에는 이날 하루에만 4만건에 육박하는 추모글이 올라왔다.

◆…연평도 등 서해 5도의 학교에 일제히 휴교령이 내려진 가운데 연평도에서 빠져나온 학생들의 '학업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학부모 30여명은 연평 초 · 중 · 고교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연평도 학생과 교사들이 한 교실에 모여 공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인천시교육청이 학생 121명을 육지 쪽 학교에 분산 배정했지만 상당수는 등교하지 않고 있다.

한 학부모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연평도 학생들끼리 수업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1주일이나 1개월 정도 수업 재개가 늦어진다 해서 아이들의 학업 능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임현우/최진석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