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탑승선박 석방타결까지 최장시간 소요

지난 4월 초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원유운반선 삼호드림호의 석방협상이 7개월 만에 타결됐다.

외교통상부는 6일 "오늘 오후 11시30분 삼호드림호 선원 전원이 석방됐다"며 "현재 청해부대 왕건함의 호송하에 제3국 안전지대로 이동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삼호드림호가 피랍후 석방된 것은 217일 만이다.

이번 사건은 2006년 4월 원양어선 동원호 피랍사건 이후 한국인이 탑승한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7건(선박 8척) 가운데 석방되기까지 최장 시간이 걸린 사건으로 기록됐다.

삼호드림호 해적들의 위협에서 벗어나 석방 교섭이 타결되기까지는 숨막히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삼호드림호는 31만9천360t급 원유운반선으로 한국인 5명과 필리핀인 19명 등 24명을 태우고 지난 4월4일 오후 4시10분께 이라크에서 미국 루이지애나로 항해하던 도중 인도양(북위 08˚21´, 동경 65˚00´)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

정부는 다음 날 피랍지점에서 1천500㎞ 떨어진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청해부대 소속 충무공 이순신함을 급파했고 충무공이순신함은 그달 6일 오전 삼호드림호를 30마일 가까이 근접기동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해적들이 충무공이순신함이 접근하면 선원들의 안전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석방작전을 펴지는 못했고 삼호드립호는 피랍 사흘만인 7일 오후 소말리아 중북부 항구도시 호비요 연안까지 끌려가게 됐다.

이후 해적과 선사인 삼호해운 사이에는 삼호드림호 석방을 놓고 기나긴 줄다리기 협상이 시작됐고 정부는 외교통상부와 국방부, 국정원 직원으로 상황실을 가동, 협상의 측면 지원에 나섰다.

삼호해운은 해적들과 하루 1∼2차례 전화통화하면서 선원들의 안전을 확인하면서 교섭을 벌였지만 해적들이 거액을 요구하면서 협상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삼호해운은 피랍 한달이 지날 때까지 해적측이 석방금액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지만 외신에서는 해적 측이 인질들의 몸값으로 2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해적들은 몸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삼호드림호를 폭파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선원들의 생명을 위협하면서 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시도를 벌였다.

협상이 장기화에 접어들면서 피랍자 가족들의 초조함은 커져만 갔고 해적들은 가족들의 불안함 심리를 이용해 몸값을 높이려고 했다.

피랍자 가족들은 사건 5개월이 흐른 지난 9월 초 "해적들이 선원들의 석방대로 수백만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며 "어떤 방법으로든 해적에게 석방금액 지급을 약속해 선원들로부터 풀려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삼호드림호 선장인 김성규씨는 언론인터뷰에서 "해적들의 살해위협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밥도 주지 않고 잠도 안 재운채 이틀 동안 폭행당하기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부가 삼호드림호 선원들의 석방에 손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정부는 협상의 전면에 나설수는 없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협상에 개입하면 해적들이 협상에서 자꾸 몸값을 높여서 요구하면서 협상이 장기화될 공산이 오히려 크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교섭과정을 물밑에서 차분히 지켜봐야 했고 결국 11월6일 삼호해운과 해적측간의 협상이 최종 타결됐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소말리아 해적들이 삼호드림호를 풀어주는 대가로 950만 달러(약 105억원)를 받았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