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국가 공급능력이 '잠재성장률' 좌우

생산요소의 질이 높아지고 투입량이 늘어날수록,그리고 생산기술이 발달할수록 총생산의 규모는 커진다. 그러므로 생산요소의 질이 개선되는 속도,투입량의 증가 속도,그리고 총요소생산성이 향상되는 속도가 빨라지면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도 더 높아질 수 있다. 국가경제가 갖추고 있는 생산요소의 질과 수량,생산기술의 수준은 그 시점의 공급 능력이다.

경제활동 참여인구의 크기,노동시간의 길이,파업손실일수 등은 노동의 수량을 결정하고,교육 훈련의 수준과 숙련도는 노동력의 질을 결정한다. 경제활동 참여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나거나 주당 근로시간이 줄어들고,공휴일을 늘려 근로일수는 줄였는데 파업이 빈발하여 파업손실일수가 늘어나면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량은 감소한다. 사용자들이 교육 훈련에 인색하고 노동자들이 태업을 일삼으면 노동의 질도 낮아진다.

그동안 투자가 충분히 이루어졌다면 생산설비를 나타내는 자본의 규모는 커진다. 단 사업성 판단을 잘못하여 실패한 투자와 낙후된 구식 설비는 현재 가동 가능한 생산설비에서 제외된다. 정부규제가 투자를 위축시키고 기업가의 투자실패가 빈발하는 데 더하여 설비교체의 시기까지 놓치면 자본의 규모는 그만큼 줄어든다.

기술혁신의 성과는 총요소생산성의 개선으로 나타난다. 기업마다 혁신에 노력을 기울이고 그 성과가 좋으면 같은 생산요소를 투입하더라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국가경제의 공급 능력은 생산에 투입될 수 있는 노동,자본의 규모와 질,그리고 기술혁신의 수준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공급 능력의 성장은 국가경제의 잠재성장 (potential growth)이므로 그 성장률을 '잠재성장률'이라고 부른다. 생산요소의 질과 양,총요소생산성의 성장을 추계하면 잠재성장률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생산은 공급 능력을 최대한 가동하는 수준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총수요가 요구하는 크기로 결정된다. 총수요는 생산물에 대한 다양한 수요를 모두 합친 것인데 이 크기가 공급 능력과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부진하면 총수요는 공급 능력을 밑도는 수준으로 결정되면서 실업을 유발하고,반대로 과열되면 공급 능력보다 더 커지면서 물가상승을 불러온다.

현재 잠재성장률이 0%이더라도 실업률이 높고 설비가동률이 낮은 불황에서 회복하는 경제는 물가상승을 촉발하지 않으면서도 잠재성장률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성장률을 잠재성장률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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