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학 30% 구조조정하자

韓, 고졸자 82% 대학 입학…5년 후 대입 정원이 고졸자 초과
獨, 고졸자 70% 바로 취업…日ㆍ스웨덴도 50% 넘어
특성화된 전문계 고교 확대…직업군에 알맞은 인재 육성해야
[잠재성장률 2% 포인트 UP] (2) 대학 100개 없애고 진학률 50%로 낮추면 4조원 생산증가

# 12일 오후 충청도의 한 4년제 대학 A강의동 앞.한 무리의 동남아 지역 학생들이 나와 맞은편 건물로 향했다. 이들은 교환학생이 아니다. 지원자가 줄어 정원을 채우지 못하자 대학 측에서 데려온 외국인들이다. 이 대학 1학년 재학생 126명 가운데 24명(19%)이 이방인들이다. 경북 안동의 K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8년 390명을 모집할 예정이었지만 최종 입학생은 110명에 그쳤다. 대학 측은 부랴부랴 61명을 외국인들로 채웠다. 하지만 이들 1학년 학생 171명 중 54명(31.6%)은 1년도 되지 않아 자퇴했다.

# 울산대는 지난 6월 개교 40주년을 맞아 '비전 2030 장기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1만2000명인 재학생 수를 내년에 120명 감축하는 것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60% 수준인 7500명까지 줄이겠다는 것이다. 대학이 자발적으로 정원을 줄이는 것은 울산대가 처음이다. 대학 측은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로 많은 대학이 존폐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하고 내실을 높이기 위해 정원 감축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82% 대 35%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82%다.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쥔 10명 중 8명이 대학생이 된다. '일단 대학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 · 학부모들의 과도한 교육열과 교육 당국의 무분별한 대학 설립 허가가 만든 수치다.

반면 유럽의 경제대국인 독일의 대학진학률은 35%다. 고졸자 10명 중 6~7명이 대학에 안 가는데도 독일은 '유럽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거듭나고 있다. 스웨덴 일본 네덜란드 등 다른 선진국들도 대학진학률이 40~50%에 그친다.

대졸자는 학력에 상응하는 보수와 양질의 일자리를 기대한다. 하지만 노동시장은 매년 46만명씩 쏟아지는 대졸자의 눈높이를 다 맞출 수 없다. 대졸자들이 기대하는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수용할 수 없는 중견 · 중소기업들이 태반이다. 한쪽에서는 청년 구직자들이 넘쳐나는데 다른 쪽에서는 인력난이 벌어지는 이유다.

금제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졸자 대부분이 대기업 입사를 꿈꾸지만 전체 임금근로자의 50%는 30인 미만의 영세업체에 근무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대학진학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 낮추고 대학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 30% 문 닫아야

현재 국내 대학은 323개(2년제 포함),입학 정원은 58만명에 달한다. 고졸자는 64만명으로 대학 정원보다 불과 10%가량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국가재정운영계획 교육분야 정책 제안서'에 따르면 학령인구 감소로 2015년 대입 정원이 고졸 정원을 처음 초과하고 2016년에는 2만4000명,2020년에는 12만7000명이 남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정원 역전현상이 일어나기 전에 대학의 30%가량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삼 KDI 연구위원은 "현재도 27개 대학은 정원의 70%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구조조정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 부실 대학의 거품이 한꺼번에 꺼지면서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대학진학률이 50%대로 우리보다 훨씬 낮지만 이미 대학정원 과잉으로 릿시칸대,고베패션조형대 등 5개의 사립대가 폐교했다.

◆전문계 고교 등 대안 필요

대학을 줄이는 정책이 성공하려면 대학에 가지 않고도 사회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는 전문계 고교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일본은 이미 7년 전부터 우리의 마이스터고와 같은 슈퍼전문고교를 운영하고 있다. 주 3일은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2일은 기업에서 실습을 해 현장 적응력을 높이는 게 특징이다. 슈퍼전문고교로 지정된 학교는 지난해 말 99개,올해는 100개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3월 명장을 길러낸다는 취지로 전국에 21개의 마이스터고를 열었다. 2015년까지 전국 50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장명희 직업능력개발원 평생직업교육연구실장은 "고등학교에서 제조업 기능인력뿐만 아니라 서비스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직업군에 알맞은 인재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마이스터고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특성화된 전문계 고교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늘어나는 고졸자들이 취업하면…

대학진학률을 40%로 낮추면 38만4000명,50%로 낮추면 32만명의 고졸자들이 취업전선에 곧바로 나갈 수 있게 된다. 최근 2년간 고졸자들의 평균 취업률(31.8%)에다 고졸 평균 초임 연봉(1600만원)을 단순 적용해 산출한 생산 기여 효과는 연간 1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고교생들이 재학 중에도 일자리를 얻는 덴마크의 고졸자 취업률은 72%(2005년 기준)에 달한다. 한국도 특성화고 육성 등으로 고졸자 취업률을 덴마크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취업자 수는 연간 25만명이 늘어 생산 기여효과가 4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까지 대학에 진학함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졸업 후 청년 실업난 가중에 따른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대학을 30% 구조조정하고 대학진학률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데 따른 경제적 효과는 단순 계산한 수치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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