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농가 찾아 대북 쌀 지원 촉구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조문 문제를 놓고 민주당의 내부 기류가 복잡하다.

이번 조문이 단순히 개인에 대한 애도 차원을 넘어 자칫 국민 여론과 북한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적지 않은 모습이다.

민주당은 12일 고심 끝에 박지원 원내대표 등 원내대표단이 오후 빈소를 방문하되 손학규 대표 등 당 차원의 공식적 조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손 대표는 대신 양승조 비서실장을 빈소에 보냈다.

조문에 전면 불참했을 경우 여론의 역풍 가능성 등을 감안, 대표성을 가진 손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역할분담을 하는 식으로 절충점을 찾은 셈이다.

손 대표는 경기도 평택의 농가를 찾아 농민들로부터 쌀값 폭락에 대한 애로를 청취하고 직접 벼 베기 체험을 하는 등 현장 행보에 나섰다.

그는 "날로 늘어나는 쌀 재고량을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이라며 "예전에는 북한에 40만t씩 쌀을 지원해 수급을 조절했는데, 그게 꽉 막혀 쌀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이 평화로운 관계를 복원하고 교류와 협력을 재개, 쌀 지원을 하고 그것이 농가와 농민, 그리고 굶주리는 동포에게 도움을 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이 시간 박 원내대표는 박기춘 원내 수석부대표와 조영택 전현희 원내대변인, 이윤석 원내부대표와 함께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원내대표단은 영정에 헌화, 분향한 뒤 상주인 수양딸 김숙향씨와 장례를 돕고 있는 탈북단체 대표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고, 김씨를 비롯한 황 전 비서측 인사들은 감사의 말을 건넸다.

박 원내대표는 공동 장의위원장을 맡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과 인사를 나누며 잠시 머문 뒤 10여분만에 자리를 떴다.

박 원내대표는 조문 뒤 "세상을 살다보면, 정치를 하다보면 그럴 수 있다. 많이 껄끄러웠다"며 "그러나 역사적, 개인적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작고한 고인에 대해 명복을 비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중도 개혁 성향의 김부겸 의원도 이날 낮 개별적으로 빈소를 찾았다.

김 의원측 관계자는 "민주당도 북한에 3대 세습에 대한 비판적 사인을 보낼 필요가 있다"며 "황 전 비서에 대한 조문도 모른척 넘어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지도부는 이날도 조문하지 않았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황 전 비서에 대한 훈장 수여와 현충원 안장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서울·평택연합뉴스) 송수경 김승욱 기자 hanksong@yna.co.kr 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