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여기가 줄서서 기다렸다 먹는 집이에요. 그런데 보세요.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없잖아요. "

16일 낮 12시20분 서울시 중구 무교동 A낙지전문점.K사장은 "서울시가 낙지 머리에 카드뮴이 들어있다고 발표한 이후 손님이 80% 가까이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여름 태풍과 폭우로 높았던 낙지 가격이 제철을 맞아 내려가는 중인데 손님이 뚝 끊겨 막막해요. "

낙지 머리(내장)의 카드뮴이 기준치의 15배를 초과했다는 서울시 발표와 낙지 전체를 보면 카드뮴은 안전범위 내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상반된 해석으로 인해 낙지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음식점 주인들은 이번 낙지 머리 사건이 과거 우지라면,포르말린 통조림,쓰레기 만두 파동처럼 큰 피해를 주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들은 "섣부른 발표로 자영업자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장사 어떻게 하라는 거냐"

이날 무교동에서 만난 또 다른 낙지전문점 주인 C사장은 "평소 열 그릇 이상 나가던 연포탕이 지금은 세 그릇 정도로 줄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먹어온 건데 (낙지 머리가) 왜 위험하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점심시간 때마다 붐볐던 무교동 낙지전문점 대부분은 테이블이 텅 빈 상태였다. 평소 연포탕을 즐긴다는 신경호씨(29)는 "서울시와 식약청이 다른 말을 하고 있어 당분간 안 가기로 했다"면서 인근 대구탕집으로 향했다. 음식점에서 만난 최민호씨(32)는 "3명 중 2명이 머리를 빼자고 해 몸통과 다리만 시켰다"고 말했다. K사장과 C사장은 "음식점 주인들이 서울시에 항의전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낙지 시장에서 이처럼 불안이 가중되는 와중에도 식약청과 서울시의 공방은 계속됐다. 식약청 관계자는 "서울시의 조사는 특정부위(머리)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전체로 보면 2?? 아래여서 식품공전의 안전기준 내에 있다"며 "보통 이럴 경우에는 상호 의견을 제시하고 검토한 후 발표하는 게 상례"라고 서울시를 비판했다. 반면 서울시 측은 "발표 전 식약청에 미리 전달했는데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았다"면서 "지금도 낙지 관련 조사를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피해만 낳고 흐지부지되나

우리나라에서 음식 유해성 논란은 관련 업계에 많은 아픔만 남긴 채 흐지부지됐다. 사건 초기에 유해성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져 업체를 쑥대밭처럼 만들었다가도 긴 소송 끝에 무죄로 끝나기 일쑤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9년 삼양라면 우지(쇠기름) 파동이다. 라면 제조에 쓰이는 우지가 식용이 불가능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당시 업계 1위였던 삼양라면의 시장 점유율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9년이라는 긴 법정공방 끝에 1997년 8월 대법원은 "우지가 식용이 아니라거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며 삼양라면 측에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 회사는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1998년 포르말린 통조림 사태도 법원에서 무죄 판결로 끝났다. "유통기간을 늘리기 위해 포르말린이 함유된 통조림을 제조 · 판매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통조림에서 검출된 것은 포르말린이 아닌 포름알데히드로,자연상태 식품들에도 존재하는 성분"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업체들이 대부분 망한 뒤였다. 2004년의 '쓰레기 만두' 파동도 마찬가지였다. 불량 만두소가 만두 제조업체에 납품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수사 내용을 발표했고 식약청은 만두소를 납품받은 업체들을 공개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졌고 만두업체들은 사실상 문을 닫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 만두업체 사장은 투신자살을 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만두 파동도 2005년 만두소 공급업자 두 명이 집행유예를 받는 선에서 끝났다.

이고운/임현우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