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 좀 보세요. 가동보를 천천히 젖히니까 보 위쪽은 물론 아래쪽 물도 함께 흘러내려 가잖아요. "

충남 연기군 금강살리기 행복지구의 감리를 맡은 박장환 극동엔지니어링 전무는 지난 10일 현장 사무소에서 금남보 가동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주며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보를 만들면 물이 고이고,고인 물은 썩는다'는 4대강 사업 반대 측의 주장은 가동보의 원리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힐난했다. 강 수위가 2m 정도 될 때 가동보를 젖히면 가동보 아래쪽 물은 초속 6m 속도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퇴적토가 생길 수 없다는 것이다.



◆보 건설,수질악화 직결되지 않아

4대강 현장의 엔지니어들은 보 설치가 수질 악화를 반드시 초래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금남보처럼 보가 젖혀지는 전도식(顚倒式)이든,이포보처럼 오르내리는 승강식이든 4대강에 만들어지는 16개 보에는 모두 가동보 구간이 설치된다. 강 아래쪽에 침전될 수 있는 오염물질을 쉽게 하류 쪽으로 배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섭 경기여주대 토목과 교수는 "보를 철거하면 수질이 개선된다며 경기 고양시 곡릉천의 곡릉2보 철거를 예로 드는데 곡릉2보는 고정보란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정보는 콘크리트둑으로 보면 된다. 강의 저층수가 흐르지 못하게 만들어 미립자나 부유물질이 퇴적되고 결국 수질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노 교수는 "이포보는 보 길이의 절반 정도인 295m를 가동보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금남보는 가동보 구간이 223m로 고정보 구간(125m)보다 길다.

4대강 현장에선 수질악화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보완 조치도 마련했다. 금남보에선 3개 고정보 구간에 기포를 발생시켜 오염물질 퇴적을 막는 공기정화 시스템을 설치한다. 낙동강 달성보를 비롯해 모든 현장에선 실시간 수질오염 감시장치를 통해 강물의 혼탁도,중금속이나 유류 등의 오염 여부도 확인한다.

보에 물을 가두지만 않고 소(小)수력발전을 통해 '물갈이'도 자주 할 계획이다. 박태균 금강 금남보 현장소장은 "금남보의 소수력발전 용량은 2310㎾급으로 이 정도 발전을 하려면 하루 450만t의 물이 필요하다"며 "금남보 저수량이 425만t이어서 발전기를 한번 돌리면 금남보 물이 완전히 빠져나간다"고 설명했다.

가을부터 갈수기가 시작되면 보 건설로 강물이 늘어 수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낙동강 구미보 현장 관계자는 "구미보 하류 쪽에선 1~2월 갈수기에 강 수위가 0.3~1m에 불과해 사실상 취수가 불가능하다"며 "구미보가 완공되면 강 유량이 늘고 수위도 높아져 오염 정도가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염원 막고 습지는 늘리고

정부는 오염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156.8㎢에 이르는 국가 소유 하천변 땅의 농사를 전면 금지시켰다. 경작지에 뿌린 축산분뇨 등 유기질 비료에서 나온 질소나 인이 빗물을 타고 강물로 흘러들어 강물의 부영양화와 녹조현상을 일으키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또 총 3조4000억원을 들여 4대강에 하수처리장 700곳을 확충하고 인 등 오염원 처리시설 250곳을 설치할 계획이다. 하수처리장의 총 인(수중에 함유된 인의 총량) 방류기준도 기존 ℓ당 2.0㎎에서 0.2~0.5㎎으로 대폭 강화했다.

강이 오염물질을 자연 정화하는 기능을 갖도록 습지를 유지하고 넓히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김성효 한국수자원공사 달성보 건설단 차장은 "달성보 건설과 함께 기존 습지는 보강하고 새로운 습지도 만들어 전체 습지 면적을 65만5000㎡에서 120만3000㎡로 두 배가량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강 지류인 미호천에는 40만8000㎡ 규모의 습지를 조성하고 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연기천이 미호천으로 흘러들어 오는데 하수처리장이 있어도 질소 인 등이 제대로 정화되지 않는다"며 "조성된 습지에 강물을 48시간 체류시켜 자연정화를 유도한 뒤 다시 연기천에 올려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루 4만4000t의 강물을 정화해 3만t을 되돌려 올릴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고 덧붙였다.

연기=장규호/달성=신경원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