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22 · 미래에셋)는 늘 한결같다. 코스에서 볼이 잘 맞을 때도,그렇지 않을 때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대회 때마다 라운드에 앞서 어린이 팬들에게 사인 볼을 나눠주고 팬들의 응원에 손을 들어 답례한다.

실력뿐 아니라 매너도 좋은 '작은 거인'.그가 올 시즌 첫 출전하는 국내 대회로 32년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 선수권대회 '메트라이프 · 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을 골랐다. 오는 16일부터 나흘간 경기도 용인 88CC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그가 2년 전 우승컵을 들었던 마지막 국내 대회.그는 전화 인터뷰 내내 밝은 목소리로 '긍정의 힘'을 쏟아냈다.

▼KLPGA 챔피언십(옛 선수권대회)에 대한 각오가 남다를 텐테….

"지난해 미국에 진출하는 바람에 출전하지 못했던 만큼 2년 만에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서 꼭 우승해 국내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어요. 아직 디펜딩 챔피언인 거죠(웃음)? 이번에 다시 우승한다면 평생 잊지 못할 대회가 될 겁니다. "

▼세계 랭킹 1위 다툼이 치열한데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세계 랭킹 1위 선수가 자주 바뀌고 있어요. 물론 랭킹 1위가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지만 꾸준하게 하고 싶어요. 로레나 오초아나 아니카 소렌스탐 선수처럼 말이죠.지금은 순위에 연연하기보다는 저만의 플레이에 집중하는 데 신경을 더 많이 써요. 컨디션도 좋아 평소대로 경기를 잘 풀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에요. "

▼미야자토 아이,크리스티 커,청야니 등 경쟁 선수들의 실력은 어떤가요.

"저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미야자토나 커의 실력을 평가하는 건 우스운 거 같아요. 같이 라운드를 하면서 '우와,진짜 잘 친다'고는 매번 느껴요(웃음).배우는 것도 많죠.하지만 다들 편하게 대하고 친구처럼 지내요. (청)야니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어요. 가끔 파5홀에서 드라이버샷은 부러워요. "

▼미셸 위,크리스티나 김 등 재미교포와 한국 선수들의 차이는.

"따로 재미교포와 경기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상대방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그냥 '오늘은 누구와 동반 플레이를 하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국내 선수들과의 차이점을 굳이 꼽으라면 표현력인 것 같아요. 항상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죠.이게 팬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는 방법인 것 같아요. "

▼지난 5월 급성 맹장염 수술 때문에 힘들지 않았나요.

"예.갑작스럽게 몸이 안 좋아져서 수술 후에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어요. 지금은 완전히 회복한 상태입니다. 큰일을 겪고 나서 몸 관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어요. 두어 대회에 결장하면서 휴식을 취한 게 전화위복도 된 것 같아요. 빡빡한 일정에서 수술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2주 동안 집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겠어요. "

▼올 시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뭔가요.

"지난 겨울 새로운 체력 관리 시스템을 짜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동계훈련 시작 전 거의 한 달가량 클럽을 잡지 않았는데,골프를 시작한 이후 (이런 일은) 처음이어서 조금 불안한 마음도 들었어요.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보고 과감하게 시도했는데 지금은 무척 만족스러워요. 몸무게도 줄고 많은 대회에 나가는데도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없어요. 장거리 이동과 많은 대회 때문에 컨디션 조절을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대회 일정은 사전에 모든 조건을 고려해 짜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요. 제 컨디션 관리의 비결은 잘 먹고 잘 쉬는 겁니다(웃음).미국에서 투어 생활을 하다보니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터키(칠면조)인데,여기에 햄 양파 등을 포함해 이것저것 넣어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요. 영양가도 많고 맛도 좋은 데다 만들기도 편해서 자주 해먹죠."

▼음반도 냈는데 취미가 음악 감상인가요.

"음반이라고까지 하기엔 부끄러워요. 찬송가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불러온 것이어서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었어요. (신지애는 지난 3월 대중적인 기독교 음악인 CCM 음반을 냈다. ) 이 밖에도 최근 노래는 물론 셀린 디옹 같은 가수의 팝송도 자주 들어요.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스티비 원더 공연에 갔는데 정말 좋았어요. 진짜 최고였어요. "

▼장애인고용촉진공단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제 키가 작아서 골프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이런 잘못된 편견을 바꾸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적극 나서는 편입니다. "

▼캐디 딘 허든은 듬직한 이웃집 아저씨 같더군요. 항상 까치발을 들고 그와 포옹하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궁합이 잘 맞나요.

"물론이죠.말없이 뒤에서 지켜주는 듬직한 아저씨.그것만으로도 제 마음이 편안해지니 궁합이 잘 맞는 거죠.딘은 일본에서 투어 생활을 오래 해서 일본어에도 익숙해요. 가끔 일본어로 딘과 이야기하면 재미있고 좋은 점이 많이 있어요. "

▼아마추어에게 가장 어려운 게 퍼트인데 2m 내의 쇼트퍼트 팁 좀 알려주세요.

"쇼트퍼트의 노하우는 '자신을 믿어라'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컵 뒷벽을 친다고 해요. 물론 컵을 지나도록 쳐야 컵 안에 들어가죠.하지만 무턱대고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과감하게 스트로크를 합니다. 그만큼 연습이 뒷받침돼야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겠죠."

▼신지애 선수를 보면서 골프를 시작한 '신지애 키드'가 생기고 있습니다.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조언하자면….

"'세리 키드'로 불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저에게 '신지애 키드'라는 단어는 너무 무겁게 느껴집니다. 어렸을 때 골프채를 잡으면서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골프의 즐거움을 알게 되니 더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꿈나무들이 골프를 사랑하고 열심히 한다면 한국 골프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밝지 않을까요(웃음)."

▼앞으로 투어 생활(프로 선수)은 얼마나 더 할 계획인가요.

"제가 작년 인터뷰에서 앞으로 골프는 딱 10년만 더 치겠다고 했으니 올해를 포함해 아직 9년이나 남았네요. 골프를 그만둔 후에는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요. 미술관 등 문화 쪽으로도 관심이 많아요. 물론 골프와 관련된 일도 하지 않을까요. "

▼올 시즌 목표와 앞으로 계획은.

"건강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느낀 만큼 무엇보다 건강하게 시즌을 마무리하면 좋겠어요. 목표는 아니지만 지난해 아쉽게 놓친 '올해의 선수상'에 재도전해보고 싶어요. "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