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대장항문학회 대장암 34만명 조사결과
"50세 이후 5년마다 대장내시경 꼭 해야"


몸에 이상이 생긴 다음에 병원을 찾아 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절반 이상(51.6%)이 3~4기 진행형 암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4기 암은 다른 부위에 전이됐을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완치율도 떨어진다.

대한대장항문학회(회장 김영진)는 9월 `대장암의 달'을 맞아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5개 대학병원에서 2005~2009년 사이 대장내시경과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51만9천866명의 암 진단 양상을 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조기 검진의 척도가 되는 건강검진센터 방문 환자들의 경우 대장암이 위암보다 진단율이 2배(대장암 0.37%, 위암 0.19%) 가량 높았다.

하지만, 병기 추적이 가능한 환자(33만206명)를 대상으로 후기진행암(3~4기)의 비중을 보면 대장암이 위암에 비해 2.7배(대장암 20.9%, 위암 7.7%)나 높게 나타났다.

이는 대장암이 위암에 비해 정기검진으로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이 높지만, 검진이 늦어질 경우에는 위암보다 진행이 더 빠른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학회는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대장암에 대한 조기 검진의 중요성이 위암에 비해 과소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환자를 병기별로 보면 대장암의 경우 1기(39.8%)>0기(24.9%)>2기(14.4%)>3기(12.9%)>4기(8.0%) 등의 순을 보였으며, 위암은 1기(85.0%)>3기(4.3%)>2기(4.0%)>0기ㆍ4기(3.4%) 등으로 위암의 조기암 조기암 진단비율이 대장암보다 크게 높았다.

눈여겨볼 대목은 몸에 이상을 느끼고 한 후에야 외래를 방문해 대장내시경으로 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10만895명)의 분석 결과다.

이들 중 3~4기 후기진행암으로 진단받는 비율은 무려 51.6%로 전체 진단환자의 절반을 넘었으며, 1기 조기암은 19.9%에 그쳤다.

위암의 경우는 같은 상황에서 3~4기 후기진행암이 28%, 1기 조기암이 61.3%로 대조를 보였다.

대장암이나 위암 모두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진단받은 환자들(대장암 20.9%, 위암 7.7%)에 비해 3~4기 진행암 진단율이 2~3배나 높았지만, 1기 조기 진단율만 놓고 보면 대장암의 악화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대장암은 암세포가 점막층에 국한된 0기에 발견될 경우 간단한 대장내시경 수술만으로도 완치율이 거의 100%에 달하며, 1기에도 완치율이 90% 이상이다.

하지만, 완치율은 후기 진행암으로 갈수록 낮아져 4기의 경우 통상 5% 이하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건강검진 수진자 중 대장내시경을 받은 사람(11만228명)이 위내시경 검사자(40만9천638명)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학회는 지적했다.

한편, 이번 조사대상 중 건강검진에서 대장암이 발견된 이들의 평균나이는 56.8세였다.

학회 김남규 이사장(연세의대)은 "조기 검진으로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적어도 50세부터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한다"면서 "50세 이상 성인은 5년 마다 대장내시경을 받도록 하고, 대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용종, 염증성 장질환, 유전성 암 등으로 진단받은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젊은 나이부터 검사를 받는 게 좋다"권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