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朴 갈수록 상세하게 진술, 의심스러워"

정ㆍ관계 인사에게 광범위하게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을 부정하는 항소심 판결이 또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부(조해현 부장판사)는 27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기사를 잘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상철(61)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수사과정에서보다 1ㆍ2심 재판에서 이 전 부시장과 만난 식사 자리의 좌석배치나 마신 술의 종류와 양, 동석자를 부른 경위, 돈의 출처 등에 대해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간의 기억 내용이 감소한다는 판례에 비춰보더라도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돈을 줬다는 진술을 한 경위나 식사 자리에 마지막까지 남은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한 설명이 바뀌었는데 그 이유 등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박 전 회장이 관련자의 진술을 듣고 당시 상황에 맞춰 말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은 금품 제공의 유일한 근거인 박 전 회장의 말을 유죄의 증거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앞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항소심에 이어 박 전 회장의 진술 신빙성을 배척한 두 번째 사례다.

그동안 `박연차 게이트' 관련자 재판에서는 박 전 회장의 진술이 유죄 인정의 중요한 근거가 돼 판결이 확정됐으며, 이광재 강원도지사나 민주당 서갑원ㆍ최철국 의원 등은 아직 대법원의 심리를 남겨두고 있어 어떤 결과나 나올지 주목된다.

이 전 부시장은 모 월간지 대표로 재직하던 2007년 2월 태광실업과 휴켐스 등에 대한 기사를 잘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박 전 회장으로부터 미화 2만 달러를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천469만원이 선고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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