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44) 씨의 히말라야 칸첸중가 등정을 둘러싼 의혹들은 일부 해명되기도 했으나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가장 먼저 의혹을 제기한 산악인은 김재수 씨. 김 씨는 오 씨가 작년 5월 6일 칸첸중가에 다녀온 지 12일만인 같은 달 18일 칸첸중가 정상에 올랐다.

그는 "나는 의혹을 제기하지는 않았고 '정상 사진이 다르다'는 말만 했을 뿐이며 이 말이 흘러나가면서 번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사실을 밝힐 뿐이라고 전제하고서 ▲정상 사진이 다르다는 점 ▲오 씨가 정상에서 산소통을 보지 못했다는 점 ▲오 씨의 깃발이 한참 아래에서 발견됐다는 점 등을 풀어야 할 의혹으로 꼽았다.

오 씨는 정상의 사진이 다르다는 점에 대해 "같은 날, 같은 시기에 가더라도 사진이 크게 다른 경우가 있다"며 "악천후 때문에 정상에서 내려와 조금 아래에서 찍었다"고 말했다.

거의 매시간 변하는 히말라야의 기상을 고려할 때 등정한 지 10년 전후가 지난 산악인들이 검증하기에는 버거운 부분이 있다는 점도 오 씨는 지적했다.

실제로 연맹에서 열린 칸첸중가 등정자들의 회의에서도 이 같은 맥락에서 오 씨와 같은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이 소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히말라야 8천m급 14좌를 완등하는 기록의 과정에서 등정을 명백히 입증할 증거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오 씨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다.

악천후라서 촬영할 수 없었다면 다음 등정자가 볼 수 있도록 물건을 남기거나 정상에 있던 물건을 가져오는 방법을 쓸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김재수 씨는 자신이 칸첸중가에 올랐을 때는 산소통 2개를 봤는데 오 씨는 보지 못했다며 이를 오 씨의 등정에 의문을 품게 하는 두 번째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김 씨와 같은 날에 조금 일찍 칸첸중가에 등정한 노르웨이 산악인 욘 겡달이 정상 7∼8 아래의 바위 옆에 있던 산소통을 봤으며 셰르파가 이를 정상으로 옮겨놓았다고 증언했다.

오 씨의 소속사인 블랙 야크는 "7∼8m 아래에 바위가 있었다는 겡달의 진술이 5∼10m 아래서 등정사진을 찍었다는 주장과 맞아떨어진다"며 "오히려 오 씨의 등정 사진처럼 정상 부근에 바위가 있다는 점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오 씨의 모교 수원대의 깃발이 정상 아래 20∼30m 부근에서 돌 4개에 눌린 채 발견됐다는 사실은 아직 원인이 불명확한 상태다.

김 씨는 이 지점에서 정상까지 두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고 마찬가지로 깃발을 목격한 겡달도 산소 호흡기를 쓰고 30분을 더 올라야 했다고 밝혔다.

이런 진술은 오 씨가 악천후 때문에 정상을 착각하고 한참 아래에 깃발을 놓아두고 내려갔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오 씨는 "물통이나 카메라를 품속에서 꺼낼 때 안에 있던 깃발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깃발이 발견된 주변에는 암봉이 있어 정상이라고 착각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검증되지는 않은 얘기다.

작년 말에는 오 씨가 방송 카메라에서 사라진 8천m부터 정상까지 586m를 3시간 40분 만에 올라 `초인적 스피드'를 냈다는 의혹도 있었지만 사라진 지점은 8천m가 아닌 8천400m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 씨가 잃어버렸다고 말한 깃발이 등정사진에는 품속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 점, 등정 여부에 대한 셰르파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점 등은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