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은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보험가입률은 도입 첫 해인 1977년 8.8%에 불과하였으나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행되면서 지금은 거의 100%에 달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대비 보험지출은 1990년 1.1%에서 2008년 2.8%로 늘어 국민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보험 지출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그 원인으로는 소득 증가와 노인인구 증가,의료기술 발달에 따른 치료비 상승,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등이 꼽힌다. 이러한 지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국민들이 부담하는 보험료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미 보험료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국민의 반발이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소득세 · 법인세 · 부가가치세 등의 일반 조세부담을 높여 건강보험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세를 통한 적자 보전은 건강보험의 재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예컨대 보험료 부과 체계와 관련,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사이의 형평성과 각 가입자 집단 내부의 형평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자 보전은 오히려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보험 운영을 담당하는 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복지부 입장에서는 국고 지원이 보험 적자를 메울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되겠지만,그러한 행정편의적 발상의 논리적 당위성을 찾기는 어렵다.

급여 지출을 줄이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약가 제도다. 정부는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각종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제약회사에 너무 높은 약가를 보장하는 한 리베이트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최저가를 기준으로 보험 약가를 설정함으로써 리베이트 유혹 자체를 제거하는 동시에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어야 한다.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 범위를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 보장률 제고를 지상명제로 삼아 급여 대상을 무원칙하게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보장의 우선순위와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고,국민의 입장에서 주기적으로 보장 범위를 재결정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내부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 공단은 국회 감사원 소관부처 등으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단일 보험자 체제 하에서는 비교나 경쟁 상대가 없기 때문에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항상 존재한다. 경영진을 중심으로 끊임없는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국가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는 국고지원 확대를 추진하기보다 건강보험 수지를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국민을 설득해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