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초등학생을 학교 운동장에서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된 김수철(45)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작년 10월부터 매달 5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는 이 돈을 계속 받기 위해 다른 수입을 숨겼다. 인력사무소에 다녀간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훔쳐 그의 이름으로 일당을 받았다. 아동 성폭행으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담당 사회복지사는 그가 최저생계비를 부정 수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사례2.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김모씨(55)는 일할 능력이 있다. 하지만 그는 4대 보험을 적용받는 일자리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소득 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인력시장에 나가 공사장 막노동을 할 뿐이다. 김씨는 "막내딸이 조만간 대학에 들어가는데 소득이 있는 것으로 인정돼 국민기초생활 지원 대상자에서 탈락하면 한 해 1000만원이나 되는 대학 등록금을 지원받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기초생활보장 혜택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 제도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9년 도입됐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면 4인 가족 기준으로 114만1026원이 현금으로 지급된다. 여기에다 출산 시 50만원,장례 시 50만원이 추가 지급되고 중 · 고교생 자녀는 입학금,수업료,교과서비,학용품비를 무료로 지원받는다. TV수신료와 상하수도기본요금,주민세,종량제수수료,유선전화 가입비 이전비 기본료,이동전화 가입비 등도 면제된다.

또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자동 지정돼 진찰,검사,치료,입원 등 거의 모든 의료비가 공짜다.

한국장학재단이 제공하는 장학금을 받아 대학도 무료로 다닐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공하는 영구임대 · 전세임대 주택에서 살 수도 있다.

◆근로 의욕 떨어뜨리는 복지

기초생활보장제는 수급자가 일을 해도 실제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 구조로 설계됐다. 생계비를 정액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보충급여 원칙'에 따라 최저생계비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방식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올해 최저생계비는 4인가족 기준 136만3091원이다. 소득이 이에 못 미쳐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지원을 받는 사람이 일을 해 월 50만원을 번다면,이 소득만큼 정부에서 지급하는 금액이 삭감돼 86만3091원만 지급받게 된다. 자신이 노력해서 벌어들인 돈에 정부가 일정액을 보충해 '최저생계비(136만3091원)'를 맞춰주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입장에서는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정부는 전체 수급자 중 일할 능력이 있는 이들이 20%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근로 능력 세대의 평균 세대원 수를 3인이라고 가정할 경우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포함된 수급 가정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는 것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이다.

예컨대 70대 부모 또는 10대 자녀와 함께 사는 40대 가장은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탈락할까 봐 돈을 벌지 않는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에 해당하는 수급자 중 미취업자 비율이 2001년 23.2%에서 2008년 35.5%로 증가했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숨긴 채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지원을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 개선책으로 정부는 자활근로사업 등에 참여해 얻은 소득의 30%는 수급액을 깎지 않는 추가 소득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활근로사업 참가자 수는 작년 7만7826명에 불과했다. 놀아도 돈을 받을 수 있는데 뭣하러 일을 하느냐는 게 이들의 반응이다.

◆빈곤 탈출 원치 않는다

기초생활보장 제도는 극빈층에 매우 큰 혜택이다. 정부의 보호를 받는 극빈계층으로 전락하는 것은 누구나 두려워하지만,일단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고 나면 이 제도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최저생계비에다 소득이 노출되지 않는 일자리를 구하면 상당한 수입을 얻기 때문이다.

2008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에서 실질적으로 소득이 늘어나거나 취업해 '탈수급'(수급을 더 이상 받지 않는 것)한 세대 비율은 전체의 5% 미만으로 추정됐다.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현금으로 지급되는 최저생계비 이외에 추가로 지급되는 각종 현물성 급여와 혜택이 80여가지에 이른다"며 "이런 혜택들이 탈수급을 가로막는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은/유승호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