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8일은 한국 명품사에 한 획을 그은 날로 평가된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이끄는 MCM이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이브생로랑을 밀어내고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1층에 자리를 잡았다. 국내 기업이 보유한 브랜드가 백화점 1층 명품존을 차지하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브랜드가 양분하고 있는 명품시장에 토종 업체들이 하나둘씩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전자 자동차 조선 분야에서 그랬듯이 한국인 특유의 추진력과 뚝심으로 명품업계에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 붐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톱' 수준의 명품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브랜드는 MCM이다. 1991년 독일 수입 브랜드로 국내에 들어온 MCM은 2005년 성주그룹에서 본사를 인수하면서 국산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당시 추락하던 브랜드였던 MCM은 김 회장을 만나면서 다시 일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미국 고급 백화점인 삭스피프스애비뉴,뉴욕 랜드마크인 플라자호텔에 들어설 정도로 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 현재 전 세계 30여개국에서 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여성 의류에선 제일모직 '구호'의 약진이 눈에 띈다. 제일모직 전무로 재직 중인 디자이너 정구호씨의 이름을 딴 구호는 지난해 750억원의 매출을 올린 국내 대표 여성복 브랜드다. 올 2월에는 '명품만을 위한 무대'로 통하는 뉴욕 컬렉션에 올라 세계 명품업계에 명함을 내밀었다.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 매력 포인트다.

남성 정장에선 '장미라사'가 대표 주자다. '명품이 아니면 받지 않는다'는 갤러리아명품관 이스트에 1998년 입점해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일모직 출신인 이영원 대표가 맡고 있는 장미라사는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빌딩과 압구정동 갤러리아 등 두 개 매장에서 한 벌에 210만~550만원짜리 정장을 연간 1500~2000벌가량 판매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장미라사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중국 진출 계획도 갖고 있다.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은 "MCM과 아모레퍼시픽의 고급 화장품 '설화수'에 이어 토종 보석 브랜드인 '골든듀'도 명품 반열에 오른 상태"라며 "토종 브랜드들이 글로벌 명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롯데백화점도 도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