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에도 등급이 있다. 전문가가 아니면 진품과 구별하기 힘든 '이태원 특A급'이 있는가 하면,명품 문외한도 한눈에 판별할 수 있는 '중국산 B급'도 있다.

워낙 품질이 뛰어나 해외 수출까지 한다는 서울 이태원 특A급 짝퉁의 가격은 정상 제품의 5~15% 수준이다. 8일 이태원의 한 짝퉁숍에선 샤넬 '캐비어 백(M)'의 가격이 26만원이었다. 정상 제품(463만원)의 5.6%에 불과하다. 루이비통 '앗치 백'(28만원) 역시 정상 제품(224만원)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이 업체 사장은 "캐비어 백과 앗치 백을 함께 구매하면 9만원 할인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마음에 안 들면 환불도 해주냐"고 묻자 "환불은 안되지만 애프터서비스는 해준다"고 답했다.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짝퉁 구입절차는 한층 은밀해지고 있다. 호객꾼들은 사람들의 차림새를 봐가며 '손님'이라고 판단될 때만 '매장'으로 안내한다. 매장은 주로 이태원 뒷골목의 허름한 건물 지하에 있지만,일부 업체는 아예 멀찌감치 떨어진 가정집을 영업장소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태원과 달리 동대문은 아예 내놓고 짝퉁을 판매하는 스타일이다. 일부 동대문 상가들은 명품 의류와 시계를 진열대에 올려놓고 판다. 시계는 주로 중국에서 들여오고,의류는 도매상들이 직접 서울 신당동 거여동 답십리 등의 소규모 의류공장에서 주문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상표권 침해 적발금액은 5501억원(진품 환산가격)으로 작년 같은 기간(2056억원)에 비해 167.6%나 늘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당국에 적발되지 않고 수입된 짝퉁과 국내에서 제조한 물량을 감안하면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명품 업체가 공들여 쌓은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짝퉁을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