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반성 못하는 태도 교화가능성 없어"

"잘 모르는 일이다. 기억나지 않는다. 내 안에 또 다른 사람이 시킨 것이다."
김길태(33)는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이후 수사과정은 물론 재판과정에서도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다.

그러나 이런 그의 태도가 오히려 극형을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사형은 그동안 주로 연쇄살인범에만 적용됐다.

이달 10일 사형이 확정된 어부 오모(72)씨도 배에 탄 남녀 여행객 4명을 바다에 빠뜨려 살해했으며, 작년 10월 사형을 선고받은 이모(43)씨도 사실혼 관계의 아내 등 3명을 성폭행·살해하고 친딸 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 밖에도 10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강호순과 13명을 살해하고 20명을 다치게 한 정남규 등 연쇄살인범들이 모두 극형을 받았다.

따라서 여중생(13)을 성폭행하고 살해했으며, 길 가던 여성을 집으로 납치해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김에 대해서는 애초 무기징역형이 점쳐졌다.

이는 "인간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인 사형이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 아래에서는 극히 예외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라며 사형에 대해 법원이 그동안 극도로 신중을 기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지법 형사합의5부(구남수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교묘하게 자신을 변명하면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태도를 고려할 때 앞으로도 교화가능성이 없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

"라며 사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김의 주장에 대해서도 "불리한 상황을 빠져나갈 궁리에 불과하고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넘어선 다른 심각한 정신적 장애는 없다.

"라고 못박았다.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

"라는 김의 변명도 재판부는 "설득력 없다.

"라며 일축했다.

결국, 김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정신적 장애와 술 등을 핑계로 범행을 부인해 왔지만, 이런 그의 태도가 오히려 연쇄살인범에 상응하는 극형을 불러왔다는 게 법원 주변의 반응이다.

통상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반성하고 피해자와 합의를 하면 형을 감경하는 이른바 '작량감경'을 하고 있는데 김에게는 이런 정상참작의 여지가 전혀 없었다는 게 이를 방증하고 있다.

부산지법 성금석 공보판사는 "피해자가 너무 어린데다 범행 수법이 잔혹해 극형이 내려졌으며, 피고인의 태도도 양형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라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p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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