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성공한 김문수 경기도지사(59)를 지난 10일 만났다. 인터뷰 장소는 도청이 아닌 경기도 화성시의 작은 항구인 전곡항.이곳에서는 9일부터 13일까지 세계요트대회가 열렸다. 김 지사는 세계요트대회 기간 내내 전곡항으로 출퇴근했다. 재선 이후 1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하루를 사는 그가 내준 인터뷰 시간은 고작 30분.전곡항 한 곳에 마련된 VIP룸에서 인터뷰를 준비 중인 그를 '머리나 식히자'며 해변가로 유인(?)했다. 판에 박힌 사진보다는 세계요트대회도 알릴 겸 전곡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자고 제안한 게 주효했다. 요트대회 공식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그는 30분간의 인터뷰 동안 "철책선이 경기도의 균형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전곡항을 에워싼 철책선을 걷어내니 50만평의 해양산업단지가 들어서고,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한경 인터뷰에서는 정부의 그린벨트 정책에 십자포화를 날리시더니,이번엔 철책선을 겨냥한 것입니까.

"경기 북부는 44%가 군사보호시설 구역입니다. 연천군은 90% 이상이 철책선에 갇혀 있는데 화장실을 고치는데도 군부대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한 업체가 전곡항 인근에 고급 요트빌리지 40채를 지으려고 군 동의를 신청한 지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감감무소식입니다. 화성시는 군부대 동의만 끝나면 하루 만에 승인을 내줄 준비가 돼 있는데 말입니다. 경기도에서 사업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죠."

▼남북이 대치한 상태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철책선을 걷어내는 게 최선인가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안보를 버리자는 게 아니죠.철책선을 걷어낸 자리에 열감지시설을 설치하면 됩니다. 최첨단 안보 시스템을 갖추면 안보와 지역발전의 공존이 가능합니다. 예산 지원도 할 용의가 있습니다. 전곡항도 철책선을 걷어낸 뒤 열감지시설을 갖췄습니다. 군사보호시설 구역 해제를 요구하기 전 군사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합니다. 저도 경기도 통합방위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김 지사는 김포대교 신곡 수중보 등을 파주 교하로 옮기면 수위가 낮아져 통일로변 초소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장소를 전곡항으로 잡은 것은 단순히 요트대회 홍보 때문만은 아닌 듯한데요.

"화성시는 경기도에서도 가장 낙후한 곳입니다. 철도도 없고 도로도 엉망입니다. 바다도 철책선으로 막혀 있었죠.인천보다 밑에 있는데 철책선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국방부 장관을 만나 얘기했지만 함흥차사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 출장 길에 국방부 장관과 동행한 일이 있었는데,대통령 앞에서 국방부 장관에게 '그렇게 철책선이 필요한 지역이면 경기도가 돈을 댈 테니 철책선을 한 겹 더 치라'고 했습니다. 무안했는지 국방부 장관이 그 자리에서 승낙했습니다. 용도폐기된 철책선을 걷어낸 전곡항의 변화를 보면 (철책선 철거를)백번 말하는 것보다 낫다 싶어 인터뷰 장소를 멀리 잡았습니다. "

▼면적이나 인구 수에 비해 푸대접을 받는다는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경기도는 대한민국 수출 1위의 도입니다. 인구는 서울보다 126만명이나 많고,땅 넓이도 서울보다 17배 넓습니다. 바다가 있고,DMZ가 있습니다. 광활한 토지,잠재력 등 대한민국의 축소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이나 중앙부처에서 수도권 규제가 심합니다. 막연히 '경기도는 서울하고 비슷할 것이다'고 생각하는데,경기도는 서울하고 매우 다른 곳입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중앙정부에 수도권 규제 완화의 필요성 및 당위성을 설득해 나갈 것입니다. "

▼핵심 공약 사업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의 국토해양부 타당성 조사가 늦어지는데요.

"GTX요. 이게 어디 경기도민만 좋으라고 하는 것입니까. 서울 인천 모두 좋아지는,말 그대로 시너지가 나는 대역사입니다. 이게 건설되면 경기도와 서울은 한 몸이 됩니다. 얼마 전 최장현 국토부 차관도 적극 돕겠다고 했습니다. 이달 GTX에 대한 타당성 여부 등 용역 결과가 나오면 다음 달 결론이 나겠죠.하더라도 3개 노선을 한꺼번에 해야 부작용이 적습니다. 정부도 적극 도와줄 것으로 믿습니다. "

▼4대강은 어떻게 되나요. 여전히 환경단체나 종교단체의 반대가 많습니다.

"강 사업은 강 연안과 그 물을 이용하는 지역이 우선입니다. 여주 · 양평 · 남양주 같은 팔당 주변 지역은 다 찬성입니다. 식수 깨끗해지죠,홍수 조절 가능해지는데 누가 반대합니까. 또 공사하면서 자갈 · 모래를 채취해 2000억원씩 나오는 돈을 반은 중앙에 보내고 반은 해당 시 · 군이 알아서 쓰라고 합니다. 여주 같으면 1년에 발전수익만 32억원이 나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죠.물하고 아무 상관 없는 엉뚱한 사람이 거기 가서 데모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보지도 않고 무작정 반대하는 경향이 있죠.정부와 한나라당이 나서 시민 · 시민단체와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시급합니다. "

▼화성시에 들어설 유니버설스튜디오 공사는 잘 돼 가나요.

"2014년 1단계 완공 예정입니다. 단순히 테마파크만 들어서는 게 아니라 워터파크,테마호텔,콘도미니엄,프리미엄 아울렛,골프장(18홀) 등도 갖춘 대규모 리조트 단지로 개발합니다. 경기도에 할리우드가 만들어지는 거죠.2조90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도로 철도 등 인프라 구축에만 1조8000억원 정도를 투자합니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습니다. "

▼도교육감에 진보성향 김상곤 교육감이 재선돼 무상급식 예산 확충 등 충돌이 만만찮을 텐데요.

"작년 김 교육감이 보편적 무상급식을 주장하면서 일방적으로 시 · 군도 예산 절반을 부담하라는 안을 올려 도의회에서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사전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예산을 올려놓고,안 해주는 시장 · 군수 앞에 몰려가서 '애들 밥그릇 뺏는 아무개는 물러가라' 이러면 안 되죠.성남 · 과천 등 재정이 괜찮은 곳은 시장 치적으로 돈을 내서 할 수 있습니다. 시 · 군마다 사정이 달라 어려운 데는 어렵습니다. 이제 민주당 기초단체장이 늘었으니까 하는 데는 하겠죠.문제는 형편이 안 되는 시 · 군이 필요한 돈을 경기도에 또 달라고 그럴 것입니다. "

▼도의원이나 기초단체장이 뉴타운 사업 등 지역 현안 사업에 제동을 걸 수 있는데요.

"뉴타운은 기초자치단체장이 입안해 주민동의를 거친 뒤 경기도에 요청하면 도는 도시계획에 반영하면 됩니다. 시장 · 군수가 판단해 필요가 없다고 하면 도가 나서서 하라고 할 순 없죠.경기도는 뉴타운이 아니더라도 할 일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길도 닦아야 하고,그런 데까지 신경쓸 정도로 한가하지 않습니다. "

▼지난해 '교육국'을 신설할 정도로 교육에도 관심이 많은데….

"우선 경기도교육청과 중복 업무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도내 88개 대학에 33만명의 대학생이 있는데 숙박시설이 큰 문제입니다. 대학생 2만명을 수용하는 기숙사 건립에 250억원을 지원하겠습니다. 또 학생들이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4000억원을 들여 도내 50개 이상의 고교에도 기숙사를 건립할 계획입니다. "

▼민선 5기 경기도는 어떻게 바뀌나요.

"아무래도 보육,교육,교통,일자리 창출에 더 신경써야죠.민선 4기 동안 수도권 규제 완화를 통해 일자리를 많이 늘렸습니다. 지난 4년간 늘어난 전국 일자리의 76%가 경기도에서 생긴 것입니다. 수도권 규제는 계속 철폐해 나갈 계획입니다. 복지 정책도 중요합니다. 무한돌봄 사업을 통해 위기 가정을 많이 살렸습니다. 보육사업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

전곡항(화성시)=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

김문수 지사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인생은 극적인 반전이 있는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 급진 좌파 주역으로 25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위장 취업과 노동운동으로 인해 두 번이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다. 그러던 그가 1996년 보수 정치권에 몸을 담았다. '3선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등 승승장구하며 보수 진영 차세대 주자로까지 자리잡았다.

이번 선거에서도 김 지사는 야당이 싹쓸이한 선거판에서 경기도지사 역사상 '최초 재선 지사'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한나라당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는 민선 5기 도정의 키워드로 '낮춤'과 '소통'을 얘기했다. 도의원,기초자치단체장이 여권 일색이던 민선 4기와는 사정이 딴판이다. 여소야대 상태의 판세를 헤쳐나가기 위해 귀를 열고 대화로 도정에 임하겠다는 각오다. '선거가 끝나 외박을 못해 시원섭섭하다'는 그는 4㎏이나 빠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