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결과를 지켜본 여야 지도부의 표정은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내내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젊은층을 공략하지 못한 게 실책"이라는 자아비판이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곳에서 모두 예상 밖의 초박빙이 펼쳐진 것은 젊은 층의 투표율이 고스란히 야당 표로 이어진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당혹스러운 한나라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2일 오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차분한 모습이었다. 정몽준 대표는 "그동안 공개됐던 여론조사와 조금 차이가 있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출구조사와 예측조사가 달리 나왔으니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차분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표가 진행될수록 전국에서 기대치보다 못한 결과가 나오자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안 그래도 취업난에 시달리는 수도권의 20~30대 유권자들에게 전쟁 불안감까지 겹치자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며 '천안함 역풍'이라고 분석했다.


◆환호하는 민주당

반면 민주당은 기대 밖의 성과에 환호했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20%포인트대의 격차로 밀렸던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초박빙의 승부를 이어나가자 "놀랍다"는 반응을 내놨다. 개표를 지켜보던 정세균 대표는 "야권 단일화희 힘이 그만큼 컸다"며 "이 정도의 투표율과 결과라면 정권심판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 캠프도 숨 죽이며 개표방송을 지켜봤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 캠프를 찾은 한 후보는 "서울시민들이 이명박 정권 실정을 심판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민주당뿐 아니라 범야권,세민세력 연합의 힘"이라고 자축했다. 정 민주당 대표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예정에 없던 한 후보 캠프 방문 일정을 추가,한 후보와 함께 곧장 서울광장으로 이동했다.

민주당은 또 서울시 구청장 선거도 압승이라고 판단,자축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서초구 등 전통적 여당 성향의 지역에서도 예상 밖의 선전을 거둔 것을 높이 평가했다. 인천시장 선거도 송영길 민주당 후보가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에게 막판에 역전하자 우상호 대변인은 "그간 치러진 여론조사들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또 국민들의 정권 심판에 대한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보여준 선거였다"며 "특히 야권 단일후보에 대한 지지와 격려,젊은 386 후보 등 미래세력에 힘을 실어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침울한 선진당

자유선진당은 침울한 분위기였다. 대전에선 이겼지만 전통적 지지기반인 충남의 박상돈 도지사 후보가 안희정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자 충격에 빠진 것.이회창 대표 등 선진당 지도부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방송을 지켜보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자정이 다가오자 패배를 인정하고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선거종합상황판의 염홍철 대전시장 후보란에 꽃을 붙이고 자축했다.

민지혜/심성미/이유정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