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 담 넘어 도주..한때 "검거됐다" 소동

살인죄로 수감중이던 30대 중국 동포가 교도소를 탈주해 경찰이 검거에 나섰다.

경찰은 탈주점의 연고지가 있는 경기도 일원으로 형사대를 급파하고 사진이 실린 전단을 만들어 뿌리는 등 검거작전을 벌이고 있다.

24일 오전 8시45분께 대전시 유성구 대정동 대전교도소 후문 밖 10여m 떨어진 구외(교도소 밖) 공장에서 수용자 최모(33.중국동포)씨가 교도관의 눈을 피해 인근 목원대 방향 산 쪽으로 달아났다.

당시 작업을 감독 중이던 교도관은 수용자 탈주 사실을 교정 당국에 보고한 뒤 15분여 지난 이날 오전 9시께 경찰에 신고했다.

교도소 측은 "후문 밖에 있는 공장에서 작업하던 도중 인원을 점검하는데 최씨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동료 수용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도주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날 동료 수용자 1명과 물을 마시러 간다며 작업장을 이탈했으며, 동료와 단둘이 남게 되자 동료를 밀어낸 뒤 2m 높이의 담을 뛰어넘어 인근 산으로 도주했다.

중국 동포인 최씨는 지난 2002년 12월 서울 남구로역 앞에서 자신을 때린 행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았다.

2005년 대전교도소에 수감된 최씨는 지금까지 모범적인 수형생활을 해왔으며, 이날도 오전 7시30분부터 모범수들이 주로 작업하는 구외공장에서 동료 수용자 30여명과 함께 노역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키 169㎝에 몸무게 65㎏의 보통체격이며, 탈주 당시 수용복과 흰색운동화를 착용했다.

살인전과가 전부인 최씨는 당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해 왔으며, 교도소 측은 최씨가 모범적으로 수감생활을 해 모범수가 아님에도 지난 3월15일부터 모범수들과 함께 구외공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소 관계자는 "최씨가 복역하면서 모범적이었고,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라며 "최씨가 탈옥을 감행하리라고는 정말 몰랐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씨와 같은 중국동포는 면회를 오지 않아서 영치금 등도 받지 못한다."라며 "구외공장에서 일하면 한달 20-30만원씩 벌 수 있기에 수형생활이 모범적인 외국인들에게는 이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교도소 측은 최근 부친상을 당한 최씨가 택시 등을 타고 가족들이 있는 경기도 안산 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교도관들을 연고지에 급파했다.

최씨는 또 "아버지를 뵙고 오겠다.내일 낮 12시까지 들어오겠다."라는 내용이 실린 2장짜리 편지글을 교도소장에게 남겨, 교도소 측의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연고지 수사 결과 2~3일 전 숨진 최씨 아버지가 최씨를 많이 사랑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라며 "최씨가 아버지를 그리워해 탈주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

경찰은 형사대 등을 동원해 교도소 주변을 탐문하는 주요 고속도로 나들목, 검문소에 경찰인력 400여명을 집중배치했다.

한편 탈주범이 검거됐다는 소식이 한때 돌았으나 경찰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경찰은 최씨가 대전지역을 완전히 벗어나 경기도 쪽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고 고속도로 나들목 등에 대한 검문을 해제한 상황이다.

경찰관계자는 "수색 근무에 동원됐던 인력을 빼내면서 최씨가 검거된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것 같다."라며 "경기도 안산 등 최씨 연고지에 경찰을 급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kj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