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고통 이해하지만.."답답하다"

7일 오전 국군수도병원에서 진행된 생존자 기자회견을 지켜본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은 "생존자들이 인터뷰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해한다"면서도 이날 인터뷰 내용에 대해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임재엽(25) 중사의 어머니 강금옥(56)씨는 "백령도에서 사고당일 21시16분 큰 소음이 났다고 하는데 어떻게 배에서는 듣지 못하느냐"며 "결국은 (가족들이)궁금해하는 얘기는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경수(30) 중사의 부인 박미선(30)씨는 "박연수 대위가 '사고 당시 천안함 내 모니터에서 21시24분을 확인했다'는 부분도, 캄캄하고 어두운 상황에서 시간을 어떻게 정확하게 볼 수 있었느냐"며 "기자회견이 마치 짜 맞춘듯한 각본대로 움직인 것 같았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생존 장병들을 통해 사고 당시 상황 및 사고원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기대했던 가족들은 "생존자들의 답은 '못들었다'거나 '없었다' 뿐이었다"며 "사고 당시의 악몽같은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게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김선명(22) 상병의 아버지 김호엽(50)씨는 "군의 발표를 보다가 TV를 꺼버렸다"며 "사고가 난 후부터 계속해서 똑같은 말만 반복을 하니 어떻게 믿을 수가 있냐"고 답답해했다.

반면 일부 가족들은 "그래도 우리 아들의 동료들이라도 생존해서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실종된 아들 생각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강태민(21) 일병의 아버지 강영식(50)씨는 "아들 친구들이라도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다"며 "우리 아들도 친구들처럼 건강하게 돌아왔었으면 좋았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故) 남기훈 상사의 부인 지영신(35)씨는 "TV를 보면서 저분들이라도 저렇게 살아있으니 다행아니냐"며 "우리 애기 아빠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다 돌아오지 못했는지 꼭 알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당초 이날 오후 계획돼있던 실종자 가족과 생존 장병간의 만남은 실종자 가족들이 언론에 부담을 느끼는 생존자들을 배려해 연기한 상황이다.

실종자 가족협의회 이정국 대표는 "지방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도 평택으로 와야 하기 때문에 2~3일 정도 걸릴 것 같다"며 "어디서 만날지, 언론에 공개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택연합뉴스) 최우정 기자 friendshi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