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시에 위치한 비지오 본사.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로고와 1층 로비를 장식한 TV들이 없었다면 이곳이 미국 LCD TV 1위 업체의 본사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소박한 건물이었다. 윌리엄 왕 사장(46)은 노타이 와이셔츠 차림에 푸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기자를 맞았다.

▼비지오가 짧은 시간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비지오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회사다. 바로 네트워킹이다. 본사는 기획 디자인 고객서비스 등의 핵심역량에만 집중하고 생산과 유통 등은 외부에 맡겨 고정비용을 최대한 줄였다. 직원수가 적어 관리비용이 경쟁회사에 비해 훨씬 낮다. 모든 것을 직접 했다면 빠른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웃소싱을 통해 수천명의 직원을 거느린 효과를 얻고 있다. "


▼어떻게 그런 방식의 사업모델을 구상하게 됐나.

"브라운관 TV와 달리 디지털 TV는 아웃소싱이 훨씬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품목이다. 정책적 타이밍도 좋았다. 미국 정부가 디지털 전환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디지털TV 수요가 늘어났다. 비지오는 이런 흐름을 포착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서핑을 하려면 큰 파도를 잡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비지오는 파도를 잘 탔다. "

▼아웃소싱을 하면 품질관리가 어렵지 않은가.

"그래서 경험이 많은 세계적 수준의 공장,파트너사와 손을 잡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이나 소니 애플 등 세계적인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거나 제품을 만드는 곳이라면 품질이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재고관리도 중요하다. 바나나는 컨테이너 안에 2주일을 보관하면 썩어버린다. TV도 바나나와 다를 게 없다. 32인치 LCD TV가 3년 전에 비해 반값이다. 제대로 재고를 관리하지 못하면 그동안에 번 이익을 까먹을 수 있다. "

▼한국의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많은 파트너사를 두고 있는데.

"LG디스플레이는 기술과 품질 측면에서 최고의 파트너사다. 비지오는 미국 회사지만 아시아 문화에 익숙하다. 파트너십은 결혼과 같다. 길게 가져가야 한다. "

▼LG디스플레이의 대주주인 LG전자와는 TV시장에서 경쟁자 관계다. 관계가 껄끄럽지 않은가.

"기본적으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법적으로 구분돼 있는 법인이고 독자적으로 손익관리를 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LG전자와는 과거에 PDP TV사업을 할 때 같이 일했다. 기회가 된다면 LG전자와도 비즈니스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

▼TV 기술이 진화하면서 고부가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저가 이미지로 경쟁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비지오의 브랜드 인지도는 미국에서 40%를 넘는다. 삼성 소니에 버금갈 정도이며,파나소닉 도시바 샤프보다도 높다. 더 이상 저가제품이 아니다. 기술 측면에서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

▼삼성 LG 등이 3D TV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차세대 제품에 대한 전략은.

"비지오도 3D TV를 값싸게 공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오는 9월에 3D LED TV를 내놓을 예정이다. 3,4분기께 제품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시기적으로 늦다고 보지는 않는다. "

▼경쟁사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열심히 일하는 것밖에 없다(웃음).경쟁자가 더 강해지길 바란다. 그게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작년에 광고에 6000만달러를 지출했는데 올해는 8000만~9000만달러를 쓸 계획이다. "

▼해외시장 진출 계획을 말해달라.한국시장 진출 계획은 있나.

"멕시코와 캐나다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했고,라틴아메리카 시장에도 곧 진출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도 일부 모델을 2만~3만대 팔았다.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

▼비지오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한 사업자가 앞으로 나올 것으로 보나.

"비지오와 같은 사업모델은 다른 분야에서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넷북은 중앙처리장치(CPU),운영체제(OS) 등이 모두 똑같다. 자동차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테슬라나 피스커 카르마와 같은 전기차 업체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앞세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애플이 TV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많은데.

"TV세트 하드웨어 시장을 노리고 TV산업엔 진출하지 않을 것이다. TV를 통해 아이튠즈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콘텐츠 사업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애플이 TV를 큰 컴퓨터 모니터(하드웨어)로 본다면 큰 위협이 되지 않겠지만 TV를 큰 아이폰(콘텐츠)으로 접근한다면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이 TV를 통해 콘텐츠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벽이 있다. TV산업에는 컴캐스트 등 케이블 방송국,ABC CBS 등 방송사,프로덕션 등 많은 종사자들이 있다. 아이폰과 같은 제품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는 데다 이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