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과 그늘
개포동 판자촌 달터마을
'위법 행위는 엄중 처벌받게 되며 즉시 강제철거됨을 알려드립니다. '

서울 강남구 개포동 달터공원 입구.안내문의 글귀가 싸늘하다. 몇 걸음 들어가면 공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낡은 슬레이트를 얹은 집들이 늘어서 있다.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산 지 20년.이제는 총 256세대 1000여명이 거주하는 마을이 됐다.

"주민등록증 갖는 게 모든 동네 사람들의 숙원이죠." 달터마을 자치회장을 맡고 있는 이종태씨(60)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학 2학년,고등학교 3학년 두 자녀를 둔 가장이다. 주민등록증이 없어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때 엄청난 고충을 겪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집에 친구를 데려오지 못할 때,주소를 밝히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가슴 아파요. "

주소가 없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우편물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마을 한곳에 우편물을 모아두고 각자 알아서 찾아가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제때 못 받거나 분실하는 경우가 많다. 이씨는 "형사 고소 · 고발을 당해서 출두서가 왔는데 못 받아서 전과자가 된 사람이 있을 정도"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마을 곳곳에는 전깃줄이 무질서하게 늘어져 있다. 전봇대가 부족해 이 마을 사람들은 작년 12월까지 스스로 전기를 끌어다 썼다. 한마디로 도전(盜電)이다. 그러면 한국전력이 위약금이라는 이름으로 전기세를 청구한다. 자치회에서 전기세를 세대수로 나눠 돈을 걷는다.

얼마 후면 한전에서 각자 전기세를 내도록 수납 방식을 바꾼다고 한다. 그는 "이제 전기요금도 더 비싸질 텐데 여기 있는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연탄 보일러를 쓰는 사람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제는 주민들도 자포자기한 심정"이라며 "불법 점거자들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구청이나 시청에서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대화를 받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