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통 석회가루와 동일하면 지난달 26일 이전 사망 추론 가능

부산 여중생 이모(13) 양의 시신을 은폐하기 위해 뿌려놓은 석회가루가 오히려 이 양의 사망시점을 밝히는 데 중요한 증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사상경찰서 수사본부는 이 양의 시신이 발견된 물탱크가 있던 곳에서 5m 떨어진 곳에서 석회가루가 담겨긴 고무통을 발견, 국립 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이 양이 실종된 날로부터 이틀 후인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49분께 이 양의 시신이 유기됐던 물탱크에서 5m 떨어진 옆집 뒤 처마밑에서 석회가루가 담긴 고무통을 발견했다.

경찰은 발견 당시 이를 사진으로 찍었으며, 지난 6일에도 이 일대를 수색하다 오후 11시10분께 석회가루가 담긴 고무통을 사진으로 찍었다.

경찰은 이후 두 사진을 비교한 결과 사진 찍는 각도에 의해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피사물의 위치와 내용물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만약 국과수 감정 결과 이 고무통의 석회가루가 이 양의 시신 위에 뿌려진 석회가루와 동일한 성분으로 밝혀진다면, 김길태가 이 양을 살해한 뒤 이 횟가루를 이용해 이 양의 시신을 은폐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또 고무통의 위치 이동이 없는 점으로 미뤄 경찰이 고무통을 발견하기 전에 이 양이 이미 숨져 물탱크 속에 유기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추정대로라면 이 양은 지난달 26일 오전 10시49분 이전에 살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 결과는 다음주께 나올 예정"이라며 "이 두 석회가루의 일치 여부에 따라서 이 양의 사망 시점을 추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흉악범들이 시신에 석회가루, 가루세제, 밀가루 등을 뿌리는 일이 발생하고 영화의 한 장면으로도 나오기도 한다.

2004∼2006년까지 13명을 살해한 정남규 살인 사건의 피해자 시신 가운데 하나에도 가루세제가 뿌려져 있었고, 영화 '공공의 적'에서도 재산 때문에 부모를 처참하게 살해한 아들이 시신에 흰 가루를 뿌리는 장면이 나온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범인들이 시신을 은폐하고 혹시 시신에 묻었을지 모르는 지문이나 혈흔 등을 없애기 위해 석회가루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증거를 없애는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ljm70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