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이모(13) 양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33)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의 2차례 범행에 대해서도 줄곧 혐의를 부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강력범들이 일단 체포된뒤 결정적인 증거를 들이대면 순순히 범행사실을 자백하는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11일 부산사상경찰서 수사본부에 따르면 김 씨는 10일 오후 5시께부터 이날 오전 1시께까지 부산 사상경찰서 별관 3층 진술녹화실에서 수사관 5명에게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지만 시종일관 범행을 부인했다.

그는 이 양 관련 내용을 물으면 "모른다"는 말로 일관하고, 증거를 들이대도 "법대로 하라"며 강한 부인과 함께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검거 당일인 10일 오후 경찰서에 압송되는 과정에서도 '여중생 이모(13) 양을 아느냐', '범행을 인정하느냐'는 취채진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또 '그러면 왜 그동안 도망다녔느냐'는 질문에 "그 전에 한 일(지난 1월 부산 사상구에서 귀가하는 20대 여성을 인근 옥상으로 끌고가 성폭행하고 감금한 혐의) 때문에 도망다녔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태도는 이번 사건의 범인으로 확정되면 '강간살인' 또는 '강간치사' 혐의로 무기징역형이나 최고 사형을 선고받을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가 두 차례에 걸쳐 무려 11년이란 긴 세월 동안 옥살이를 하면서 동료 재소자들로부터 전해 들은 '법상식'상 일단 범행을 부인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또 김 씨의 범행 부인은 과거 전력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1997년 7월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서 길가던 9살 여자 아이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을 때와 2001년 4월 역시 덕포동에서 귀가하던 30대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을 때도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검은 당시 그의 범행부인에도 확실한 증거물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각각 3년과 8년의 징역형 선고를 이끌어냈다.

경찰은 이번에도 김 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피해자 이 양의 몸속에서 그의 DNA가 검출되는 등 확고한 증거물이 있는 만큼 구속영장 발부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또 이 양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세대주택의 세면장과 다락방에 남겨진 족적과 바로 옆 빈집에서 발견된 족적이 일치하는 점, 이 빈집에서 발견된 라면 봉지와 화장실 변기 등에서 채취한 지문이 김 씨의 것으로 밝혀진 점 등 다수의 증거가 있는 만큼 혐의 인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김길태의 범행 부인은 범행현장에서 바로 검거되지 않고 도주하다 잡힌 대부분의 범인들이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이라며 "증거물과 범행 주변에서 그를 봤다는 정황증거도 많아 혐의 인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김선호 기자 w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