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마저 울었네.꽃다운 너를 보내 정말 미안해 ."

피어보지도 못한 13세 나이에 극악무도한 범인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이승을 떠나는 이모양의 영결식이 열린 9일.부산 사상구 감전동 부산전문장례식장에는 비가 이양의 눈물처럼 내렸다.

이양의 발인예배가 끝나자 영정을 든 이양의 오빠(15)가 앞장서고 유족 여섯 명이 든 상여가 뒤를 따랐다. 이양의 어머니 홍씨는 관을 부여잡고 오열해 영결식을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유족들은 "어린 것이 가엾고 불쌍해서 어쩌나"하며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연방 닦았다.

장례식장을 나선 운구행렬은 이양의 모교였던 사상초등학교로 이동해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장례의식을 가졌다. 이양의 마지막 가는 길에 자신이 다녔던 교정의 추억을 담기 위해서였다.

송규복 사상초등학교장은 "빨리 범인이 잡혀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근 주민과 선생님들도 이 안타까운 광경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훔쳤다. 금정구 영락공원에서 화장을 한 이양의 유골은 기장군 철마면 실로암공원묘지에 안장됐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누리꾼의 추모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의 아고라 게시판에는 '부산 여중생 실종,고 이×× 양 편히 쉬길…'이라는 제목의 추모서명 사이트가 개설돼 지난 6일부터 현재까지 1200여명이 서명과 함께 추모글을 남겼다. 아이디 '천사임당'은 "조두순 사건 때도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딸 키우는 입장에선 너무 두렵다"며 "제발 성범죄자들이 재범할 수 없도록 방법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아버지들의 절절한 호소도 있었다. 아이디 '기타라스'는 "너보다 두 살 어린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정말 미안하다"며 "다음 세상에는 이 나라에 태어나지 말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성폭력 관련법 개정에 관한 청원운동도 활발하다. 이양 사건 발생 주변 지역에 살고 있는 학생이라고 소개한 아이디 '안녕'이 '성폭행범을 탓하기 전에 대한민국 법부터 바꿔라'라는 청원서명 게시판을 6일 개설한 이후 450명이 넘는 네티즌이 댓글로 호응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