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은 필요악이다. "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25일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이유를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이 소장은 "사형은 무기징역 등 자유형보다 더 큰 범죄 억지력이 있다"며 "인간의 생명은 존엄하지만 사형은 극악한 범죄에 대한 정당한 응보를 통해 사회를 방어하는 공익적인 형벌"이라고 말했다.

◆"사형은 범죄자가 선택한 결과"

이번 위헌심판은 광주고법이 2008년 9월 전남 보성 앞바다에서 남녀 여행객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어부 오모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제청하면서 진행됐다.

광주고법이 제기한 사형제의 위헌성은 △사형수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점 △오판이 있어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점 △범죄 예방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점 △헌법에 군범죄가 아닌 일반적인 범죄에 대한 사형을 명시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이었다.

헌재는 그러나 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침해에 대해 "형벌의 경고기능을 무시하고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가 스스로 선택한 결과"라며 합헌으로 봤다. 오판 가능성에 대해서는 "오판은 사법제도가 가지는 숙명적 한계이지 사형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군범죄에 대해서만 사형이 명시돼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사형이 형벌로 규정된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범죄 예방에 대해 "인간의 생존본능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고려할 때 가장 강력한 범죄억지력을 가진 형벌로 볼 수 있다"며 효과를 인정했다.

◆1997년 이후 사형집행 없어

건국 이후 60여년간 920명의 사형수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가장 최근에 집행된 것은 1997년으로 23명이 사형됐다. 이런 이유로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이 사형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의 효과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수감돼 있는 미집행 사형수(미결수 포함)는 혜진 · 예슬양 살해범 정성현,연쇄살인범 강호순 등 59명이다. 1992년부터 18년째 수감 중인 사형수도 있다.

사형제에 대해 향후 또다시 위헌법률심판이 제기될 경우 사회 분위기 변화로 위헌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96년 사형제에 대한 위헌심판에서는 재판관 2명만이 위헌으로 판단했지만,이번에는 두 배인 4명으로 늘었다. 위헌의견을 낸 김종대 재판관은 "사형제는 생명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으며 김희옥 재판관은 "굳이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하지 않더라도 가석방이 불가능한 무기형 등을 통해 형벌의 예방적 기능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8년 말 기준으로 전쟁범죄를 포함해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독일과 프랑스,스웨덴,필리핀 등 92개국이다. 우리나라처럼 지난 10년 동안 사형이 미집행된 실질적 사형폐지국도 벨기에와 그리스,아일랜드,파라과이 등 36개국에 달한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