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2일 교육 개혁 지휘봉을 잡겠다고 다시 한번 밝혔다. 이날 라디오 연설에서 대통령 주재 교육개혁대책회의를 매달 열겠다고 한 것이다. 신년 연설에서 교육개혁을 직접 챙기겠다고 한 데 이어 이를 구체화 하는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의미다. 교육개혁을 남은 임기 중 최대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교육개혁 미흡 불만?

교육개혁대책회의는 지난해 초 신설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연상시킨다. 그만큼 교육 개혁이 시급한 최대 당면 과제라는 이 대통령의 인식이 깔려 있다. 박선규 대변인은 "교육판 비상경제대책회의"라고 정의하고 "대통령이 직접 '소통창구'를 마련,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굳이 비상기구까지 만들어 교육 개혁을 진두지휘하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일단 '알몸 졸업식 뒤풀이'가 촉매제가 됐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제게 충격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도 애프터서비스를 하는데 교사들이 졸업식이 끝났다고 해서 어떻게 학생들을 '나 몰라라'할 수 있느냐"고 개탄하면서 참모들에게 이번 파문을 '문화의 문제'로 풀어갈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개혁을 교육 분야만의 한정된 일로 접근할 게 아니라 교사와 학생 외에도 지역사회,가정,관계 공무원,언론매체 등 모든 주체들이 함께 해법을 고민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체의 사고방식을 바꿔야만 해결될 일이라는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모든 어른들이 함께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대통령인 저부터 회초리를 맞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사교육비 절반 줄이기를 포함한 공교육 강화 공약 등 교육개혁이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데 따른 비상조치 성격도 짙다. 이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사교육 의존 입시제도를 혁파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럼에도 아직 교육 현장과 학부모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낸 적이 있다. 사교육 병폐와 입시 · 성적 위주의 관행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박 대변인은 "교육 개혁의 중간점검을 통해 교육 관계자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격려하는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운영하나

교육개혁대책회의는 내달 2일 첫 회의를 열어 대학입시 개혁을 위한 입학사정관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을 시작으로 1년간 한시 운영되지만 성과가 부진하거나 보완할 부분이 생기면 연장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내에는 '교육개혁추진상황실'이 신설돼 핵심 교육과제의 현장체감도를 상시 점검하고 회의를 실무 지원한다. 또 여론조사와 학부모 간담회 등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을 상시화한다. 교육과학기술부 내에도 '교육개혁 현장착근 지원협의회'가 만들어진다.

회의 의제는 당면 교육 현안이 망라돼 있다. 상반기에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교육민생 분야를 테마로 대입제도 선진화,학교다양화,교원제도 혁신,대학교육 강화,교육과정 및 교수법 혁신 등이 우선 포함된다. 하반기에는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 등을 고려해 국격 향상과 관련한 교육 과제에 중점을 둘 계획이며,사교육대책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 조정,교원능력개발 평가 전면시행 등과 같은 민감한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올라올 예정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