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누적으로 자금이 고갈된 금호타이어가 노사 갈등으로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빠졌다. 회사 측의 임금삭감 및 구조조정 등 고강도 비용절감 방안에 노조가 반발을 계속,채권단의 자금지원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노조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간 중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는 한 1000억원 규모의 긴급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폭 비용절감" vs."왜 우리만 희생"

금호타이어 노사는 당초 계획보다 2~3개월 빠른 이달 초부터 임금 및 단체협상에 착수했지만,비용절감 폭을 놓고 회사와 노조 간 시각차를 좁히지 못해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회사 측은 생사 기로에 놓인 만큼 생산직 임금을 20% 삭감하고 상여금을 종전 800%에서 500%로 낮추는 한편 총 1377명을 구조조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노조가 임금 및 상여금 삭감안을 받아들일 경우에 한해 인력감축 대상 중 371명에 한해 명예퇴직을 유도하고,1006명에 대해선 단계적으로 도급직으로 전환한다는 대안도 내놨다.

그러나 금속노조 금호타이어 지회는 "조합원 희생이 지나치다"며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며 맞서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생활고에 시달릴 정도까지 깎아선 안되고,삭감기간도 정해놔야 한다"며 "사측 태도가 바뀌어야 협상이 진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달 말 전 공장 가동중단 위기

금호타이어가 내부적으로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는 협상타결 시한은 이달 말이다. 그때까지 노조의 '무쟁의' 동의서를 받지 못할 경우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수혈을 받지 못해 광주와 전남 곡성，경기 평택 등 전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트럭 · 버스용 타이어를 만드는 곡성공장의 생산량을 종전의 50%로 대폭 낮췄다. 4조3교대이던 근무체제도 야간조를 빼고 4조2교대로 바꿨다. 대금결제가 원활하지 못해 원재료인 천연고무 수입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체 공장의 평균 가동률을 70~80% 수준으로 낮췄는데도 원재료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추가 자금이 없으면 3월부터는 공장을 돌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산업은행 측은 "적자기업인 금호타이어가 고비용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노조 내 계파갈등 '위험수위'

공장 가동이 멈출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현장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광주공장 근로자 박모씨(45)는 "3개월째 월급봉투를 구경도 못하다보니 그동안 의지해오던 카드 돌려막기와 친인척에게 손벌리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조동의서 제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노조 내 계파간 갈등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요 계파는 현 집행부를 구성하고 있는 '현장의 힘'과 '민주노동자회(민노회)''실천연대''공대위' 등 4개다. 이 가운데 민노회와 작년 임단협에 따른 집행부 탄핵사태 이후 집행부에서 나와 세력화를 꾀하고 있는 '공대위' 등이 현 집행부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민노회와 공대위는 유인물을 통해 "동의서 제출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집행부가 져야 한다"며 집행부를 압박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 소속 150여명은 19일 서울 종로구 금호타이어 본사를 찾아 상경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조재길/광주=최성국 기자 road@hankyung.com